美의원 5명 “동상 없애려면 넘겨달라” 盧대통령에 편지

  • 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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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 5명이 15일(현지 시간)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 연합뉴스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 5명이 15일(현지 시간)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 연합뉴스
국내에서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논란이 미국 의회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이에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답장을 보내는 과정을 거쳐 봉합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소속인 헨리 하이드 위원장과 다나 로라베이처, 에드 로이스, 에니 팔레오마배가, 조지프 크라울리 등 하원의원 5명은 15일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공동명의로 보낸 서한에서 “동상을 훼손하거나 허물어뜨리느니 차라리 미국인에게 양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화당 소속인 하이드 위원장은 4월에는 국방부의 ‘주적’ 삭제 방침에 대해 “한국 정부는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현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반 장관은 이에 16일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나 훼손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방침을 담은 서한을 하이드 위원장에게 보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반 장관은 이날 한국의 뉴욕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의 방침을 설명하는 서한을 하이드 위원장에게 보냈다”며 “정부는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시도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서한에서 “하이드 위원장의 우려와 실망을 이해한다”며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시도는 한국인들의 성숙한 역사의식에 반하는 것으로 동상 철거나 어떤 훼손행위도 이뤄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장관은 이어 미 의원들에게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시도에 대한 노 대통령의 우려를 전하면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맥아더 장군 동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맥아더 장군의 헌신에 대해 거듭 설명할 계획임을 전했다”고 말했다.

▼美의원들이 보낸 편지 요약문▼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던 9월은 한미동맹에 중요한 때입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 탈환이 가능했습니다. 두 동맹은 이 승리를 함께 기억하고, 당시 목숨을 잃은 양국 장병의 희생을 추모해야 합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 의회는 인천의 맥아더 장군 동상을 폭력적으로 철거하려는 한국 내 젊은 급진 좌파세력에 대한 보도를 접한 뒤 착잡함을 금치 못합니다. 특히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된 민원은 맥아더 장군을 ‘양민을 학살한 전쟁범죄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와 미국인은 우리의 영웅이 그렇게 묘사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미 의회는 한국 정부가 인천상륙작전의 중요성과 맥아더 장군의 리더십을 우리와 같은 시각으로 본다고 믿고 있습니다.

미 하원 의사당 의장석 바로 뒤에는 두 개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미국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왔던 마르키스 라파예트의 초상화입니다. 200년 이상 라파예트가 미국인의 가슴 속에 남아 온 것처럼 맥아더 장군도 한국인의 가슴속에 기억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동상을 철거하려는 시도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미국에 넘겨줄 것을 제안합니다. 그 동상이 수도 워싱턴의 명예로운 곳, 아마도 한국전 기념비 부근에 세워지도록 미 의회는 노력할 것입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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