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문 칼럼니스트 관리’ 논란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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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들을 잡아라.”

청와대가 주요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대학교수, 기업인 등 외부 칼럼니스트 100여 명을 대상으로 정책고객서비스(PCRM)를 제공하는 인터넷 쌍방향 의사소통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 언론과의 경쟁과 협력관계를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피니언 리더인 이들을 청와대가 직접 ‘관리’해 언론의 정부 비판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제의받고 위축감 느꼈다”=경제계 인사 A 씨는 “얼마 전 청와대에 근무하는 지인(知人)에게서 ‘청와대 칼럼니스트’ 명단에 넣을 테니 이해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 청와대 인사는 “신문에 칼럼을 쓰는 사람이 100명쯤 되는데 이들을 모두 파악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대답했다는 것.

A 씨는 “신문에 칼럼을 쓰는 사람들을 모두 관리하겠다는 것 아니냐. 청와대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러면 칼럼을 쓸 수 없다”며 일종의 압박감을 느꼈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본보가 접촉한 상당수의 칼럼니스트들은 “아직 청와대에서 그런 제의를 받지 못했다”고 말해 청와대의 추진이 초기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 차원에서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인사들에게 정책고객서비스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서 e메일을 통해 정부의 정책자료를 보내 주고 현안이 있으면 수시로 의견도 듣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칼럼 기고자들이 어쨌든 오피니언 리더들인 만큼 ‘정책고객’이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하는 일의 배경을 정확하게 알리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관리하겠다고 해서 그분들이 관리되는 사람들이냐”고 말했다.

▽청와대, 전방위 홍보전 나섰나=청와대가 일간지 외부 칼럼니스트들에 대한 정책 홍보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은 노 대통령의 뜻과 무관치 않다.

노 대통령은 7월 18일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앞으로 정부에서 정책고객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책 세일즈’를 강조한 적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모든 공무원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정책고객 명단을 구축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정책 품질과 홍보를 관리하는 것은 새로운 행정의 혁신”이라며 이른바 ‘정책고객’의 명단 구축과 철저한 관리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공감이 가는 칼럼이 게재됐을 때에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직접 칼럼 기고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e메일을 보내 “잘 읽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해 왔다. 또 일부 비판적인 칼럼에 대해서는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요 칼럼니스트 100여 명과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관리’를 더 체계적이고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최근 들어 비교적 현 정부에 우호적이던 언론매체까지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배경이 된 것 같다. “무슨 정책을 내놔도 얻어맞는다”는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7월 대연정을 제안한 이후 중앙언론사 정치부장, 논설위원, 지방신문 편집국장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갖는 등 언론과의 접촉 범위를 넓혀 왔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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