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實戰같은 훈련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지난해 주한미군 2사단의 1개 여단이 이라크로 차출돼 나갔다. 결정에서 실제로 차출되기까지가 3개월이니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미군이 평소 훈련이 잘 돼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만약 우리 군이 해외의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면? 여러 전문가들은 미군처럼 신속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껏 훈련이라면 도상(圖上), 기동(機動) 훈련을 위주로 해온 한국군에 정작 부족한 것은 실전(實戰) 경험이라는 얘기다.

▷오늘 강원 홍천군에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장(KCTC)이 문을 연다. ‘실전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첨단 훈련장이다. 이곳에서 장병들은 레이저 발사기 및 감지기를 착용한 채 가상전투에 투입되고, 전투현장의 세세한 상황은 중앙통제시스템에서 실시간 평가가 이뤄진다. 한 관계자는 “훈련 중 상대편의 레이저 총에 맞으면 3년간 재수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훈련 효과가 크다는 말이다.

▷전쟁에서 무력한 군대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런 점에서 KCTC 개장은 우리 군의 ‘실질적’ 안보대비태세를 크게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은 40일간의 전투로 사망자 269명을 기록했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는 개전 후 4개월 반 동안 사망자 수가 240여 명이었다(국가정보원 자료). 반면 교전상대였던 이라크는 두 전쟁에서 각각 10만 명, 40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미군이 인명 손실을 최소화한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이라크군에 월등히 앞선 무기체계, 그 다음이 바로 첨단 훈련장을 활용한 현지 적응훈련이었다.

▷KCTC가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대대급 부대가 훈련할 수 있는 현재 규모를 공지(空地) 합동훈련이 가능한 연대급 훈련장으로 키우고, 상주(常駐) 대항군의 전투력을 높여가는 일 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군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훈련 요원으로 배치하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연습’에서 강한 상대를 만나야 실전에서도 막강 전투력을 발휘하지 않겠는가.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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