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독자방위 능력 한단계 상승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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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이 주한미군의 대(對)화력전 임무를 넘겨받은 것은 한국군의 독자방위 능력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장사정포 발사 움직임을 감시하는 인공위성과 무인정찰비행기 등의 운용은 미군이 담당하지만 이를 통해 파악한 정보에 따른 대응 작전을 한국군이 지휘, 통제한다는 것은 한미군사협력의 질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양 받은 임무는=북한은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를 비롯한 장사정포 1000여 문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이들 장사정포는 사거리가 50∼60km에 달해 유사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한미 군 당국은 우려해 왔다.

실제로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핵과 생화학무기를 제외한 북한의 재래식 전력 중 장사정포가 가장 치명적인 무기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의 장사정포 사용 움직임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해 신속히 대처하는 것은 개전 초 남측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관건으로 꼽힌다.

한국군은 다연장로켓포(MLRS)와 M109A6 팔라딘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군 장사정포의 발사 움직임을 포착해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지휘통제시스템은 미군이 주도해 왔다. 한국군의 입장에선 ‘주먹’은 있지만 ‘눈’과 ‘두뇌’는 미군에 의지해 온 셈이다.

그러나 이번 임무 이양에 따라 한국군은 북한을 감시하는 ‘눈’만 미군에 의존할 뿐 스스로의 ‘두뇌’와 ‘주먹’으로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맞설 수 있게 됐다.

▽대화력전 수행은 어떻게=한국군은 육군 3군사령부에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설치하고 전술지휘통제(C4I) 체계의 운영을 위한 전문 병력을 편성해 수행 중이다.

군 관계자는 “대화력전 수행본부에서는 북한군 장사정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정보를 분석하고 발사 움직임이 있을 경우 한미 양국군의 가용 장비와 무기를 이용한 즉각적인 타격을 명령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맡아 온 방위 임무를 넘겨받는 데는 부담이 따르지만 주한미군의 감축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주한미군의 병력 감축이 완료되는 2008년 이후에는 좀 더 많은 전략 전술적 안보책임이 한국군에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군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이 되찾는 것도 앞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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