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말 우리가 이해 못하는데 국민 어떻게 설득하나”

  • 입력 2005년 8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열린우리당은 29일 경남 통영시의 한 리조트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경제 문제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연정(大聯政) 제안 등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였다.

밤 12시 넘어서까지 계속된 이날 워크숍에선 연정론을 둘러싸고 찬반 토론이 벌어졌는가 하면 당의 정책 노선에 대해서도 ‘서민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고소득층도 배려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리는 등 중구난방식 논의가 쏟아졌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분임토론 말미에 연정론 등과 관련해 당(黨)-청(靑)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았음을 인정하고 조속한 시일 안에 이견 조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정’ 반대론과 이해론=송영길(宋永吉) 의원은 지도부의 기조발제 후 분임토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공개석상에서 “당이 아무리 민생경제를 걱정하고 현장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애써도 연정을 하겠다고 말하면 그런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하는 등 ‘반연정’의 기치를 분명히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3김(金)을 극복하고 만든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의 사당(私黨)은 아니지 않으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120여 명의 참석자가 7개 조로 나뉘어 비공개로 진행된 분임토의가 끝난 뒤 문병호(文炳浩) 의원은 “우리당이 한나라당과 정책적 차별성이 없다는 대통령의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데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장경수(張炅秀) 의원은 “연정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충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내용이 난해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 지역구도 타파는 지상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연정의 방법론과 실효성 등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민정당’ 대 ‘특권층도 생각하는 정당’=당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의 임채정(林采正) 원장은 전체토론에서 ‘다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당의 사회적 기반 구축과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임 원장은 기조 발제에서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정책 활동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이미지보다는 친(親)기업적 이미지가 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임 원장이 ‘한나라당은 특권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지적한 대목을 물고 늘어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대연정을 주장하면서 (정책) 노선에 차이가 없다고 한다”고 모순점을 지적했다.

장 의원은 “우리당은 중산층과 서민만을 위한 당이 아니며 고소득층도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담뱃값 소주값 인상에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30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면서 대연정 제안 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다. 또 내달 1일엔 열린우리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찬을 갖고 교육정책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통영=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