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기금 정부기금화 추진에 美친한단체 우려 표명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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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이 일반복수여권을 발급 받는 데 드는 비용은 4만5000원이다.

이 중 3만 원이 발급수수료이고, 1만5000원은 ‘국제교류기여금’이라는 일종의 부담금이다.

이 국제교류기여금과 정부의 일반회계 출연금(약 350억 원)이 모인 것이 국제교류기금이다. 그 규모는 약 2500억 원. 이 기금의 관리와 운용은 1991년 설립된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한국국제교류재단(KF·Korea Foundation)이 맡아왔다.

이 기금은 해외의 한국연구 또는 각종 문화 및 인사 교류 사업에 지원돼 한국을 국제사회에 바르게 알리는 데 쓰여 왔다.

그런데 최근 국제교류기금의 미래가 난기류에 빠졌다.

외교통상부가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합리성 제고를 이유로 이 기금을 ‘국제교류협력증진기금’이란 신설 기금에 통합시켜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국제교류협력증진기금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5월에 열렸고 다음 달 정기국회 때 법안이 제출될 예정.

외교부의 논리는 ‘국제교류기금 2500억 원은 KF만의 것이 아니고 국민의 것인 만큼 국제협력 증진, 해외 긴급재난 구호 같은 다양한 외교 목적에 두루 사용하는 게 좋다’는 것.

그러나 KF는 “민간기금인 국제교류기금을 정부(외교부) 기금화하면 그동안 구축해온 친한파 지한파 해외 인맥을 한국 정부에 매수된 사람으로 만들게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전체 국익으로 보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것.

외교부 공청회 직후 방한한 도널드 그레그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TKS)회장(전 주한 미대사)도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을 만나 비슷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국제교류기금이 한국 정부 기금화하면 기금 지원을 받는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미국 국내법에 따라 일종의 로비 기관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그것은 비정부기구(NGO)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정체성에 심각한 손상을 주게 될 것입니다.”(그레그 전 대사)

“그 같은 우려를 잘 알겠습니다. 관련 문제점을 검토해 보겠습니다.”(반 장관)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미국에서 한국 알리기의 첨병 역할을 하는 대표적 친한 단체로, 지난해에도 110만 달러(약 11억 원)를 지원받았다.

외교부는 곧바로 주미 한국대사관에 공문을 보내 ‘국제교류기금의 정부 기금화가 미국 내 친한 단체나 싱크탱크에 미칠 부작용 등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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