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자살 부정…“권력층이 비밀 지키려 살해” 주장
법무부와 갈등 끝 중도사퇴…트럼프 ‘충성도 인사’ 흠집
댄 본지노 FBI 부국장.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탁했던 팟캐스트 진행자 출신 미국 연방수사국(FBI) 2인자인 댄 본지노 FBI 부국장이 취임 9개월여 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본지노 부국장은 부정선거론과 함께 극우 보수세력의 2대 음모론인 딥스테이트(deep state), 즉 좌파 엘리트 소아성애자들로 구성된 비밀 조직이 세계를 조종한다는 음모론을 주장해왔던 인물이다. FBI 경력도 전무했기 때문에 발탁 당시부터 논란이 됐기 때문에 ‘트럼프식 진영 인사’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 시간) 본지노 부국장이 X를 통해 내년 1월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봉사할 기회를 준 트럼프 대통령과 팸 본디 법무장관, 캐시 파텔 FBI 국장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가 원래 하던 방송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사임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팟캐스트 진행자 시절 퍼뜨렸던 각종 음모론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최근까지도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교도소에서 자살했다는 발표를 부정하고, 권력층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해했다는 음모론을 반복해왔다.
본지노 부국장의 임명은 그가 뉴욕경찰(NYPD)과 비밀경호국(SS) 출신이긴 하지만 FBI 근무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 왔다. 그동안 FBI 부국장은 조직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 요원이 맡아온 자리였다. 이 때문에 FBI 내부에서도 입지가 좁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법무부와의 갈등은 그가 사임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그는 엡스타인 수사 자료 공개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줄곧 충돌해왔다. 올해 7월 법무부가 ‘엡스타인은 자살했고, 고객 명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재확인하자 본지노 부국장은 관련 자료 공개를 주장하면서 강하게 불만을 표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백악관은 FBI 역사상 처음으로 ‘부국장 2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미주리주 법무장관 출신 앤드루 베일리를 공동 부국장으로 임명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그를 배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본지노 부국장의 사임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정치적 충성도를 우선하는 인사 원칙에 금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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