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이러다간 ‘우리 회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최근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李彦五) 전무 등 외부 전문가 4명을 고위직인 1급(차관보급)으로 발탁한 것은 이런 변신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국정원은 ‘어두운 과거’를 떨치고 민간의 피를 수혈해 국가 미래전략을 짜는 ‘싱크 탱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본보 17일자 A2면 참조
○ ‘2005 비전 프로젝트’ 시동
국정원은 지난달 각 부문에서 4명의 민간인 출신 국가정보관리관(NIO·National Intelligence Officer)을 1급 간부로 영입했다.
이들은 7월 1일부터 국정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국내 국제 북한 경제 등 4개 분야의 외부 전문가 출신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국제부문에 이석수(李錫洙·46) 전 국방대학원 교수, 북한 파트엔 장형수(張亨壽·45) 전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부문은 조용균(趙庸鈞·53)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가 영입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본부장을 지낸 이언오 전무는 국내 파트에서 일한다.
NIO 제도는 미국중앙정보국(CIA)에서 학계와 관계 등 외부 전문가 출신 12명으로 구성된 조직을 본뜬 것.
국정원 관계자는 “이번에 영입된 인사들은 민간부문의 고급 정보를 수집하고 국정원이 생산한 정보에 대한 외부 반응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국정원 지휘부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보기관의 전문성과 민간 부문의 유연성 및 창의성을 접목해 국가 전체의 정보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당장 이들이 맡은 일은 국가의 미래 청사진을 만드는 작업이다. 국정원은 이를 ‘2005 비전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국정원 측은 “앞으로 10년 뒤 또는 20년 뒤 한국의 미래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최근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면서 “국정원 시각이 아닌 외부 전문가 입장에서 어젠다(의제)를 설정하고 개혁과 함께 미래 비전 전략을 수립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 NIO 주축으로 태스크포스 발족
국정원은 미래 청사진 개발을 위해서는 외부의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경직된 국정원 내부 사고만으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민간 기업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해 노하우를 배우는 방안도 장기 추진과제로 삼고 있다.
이제 시작단계여서 이 프로젝트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외부 수혈로 분위기 쇄신 분석도
국정원이 민간인 출신을 영입해 대형 프로젝트를 맡긴 배경에는 ‘X파일’ 파문으로 경색된 내부 분위기를 다잡아 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의 한 간부는 “치열한 국제경쟁 환경에서 한국이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심의 일환”이라며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도 이 기회에 과거의 과오를 벗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자고 말한다”고 전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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