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표, 盧대통령 연정제안 공식 거부

  • 입력 2005년 8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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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박근혜 대표. 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력을 야당과 흥정하는 도구로 쓰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경제 기자
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박근혜 대표. 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력을 야당과 흥정하는 도구로 쓰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경제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권력 이양을 전제로 한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 제안을 1일 공식으로 거부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나라를 구하는 길은 연정이 아니라 도탄에 빠진 민생부터 살려내는 것”이라며 대연정론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지역주의라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반박하는 등 대연정론을 둘러싼 여야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연정은 일당독재”=박 대표는 이날 “선거제도를 고치기 위해 대통령이 권력까지 내놓겠다는 것은 헌법 파괴적이며 노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력을 야당과 흥정하는 도구로 쓰려 한다”며 “대통령이 말 한마디로 나눠 주는 권력은 받을 의사가 조금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연정을 한다면 국회 299석 중 271석, 즉 91%를 차지하게 되므로 일당독재와 다를 바 없다”면서 “선거법을 개정하면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발상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이 여소야대를 탓하는 것은 무능과 무책임을 자백하는 것”이라며 “4월 재·보선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가 비정상적이라면 국민이 비정상이라는 말이냐. 지금 국회가 여소야대라고 하지만 대통령과 집권당이 원해서 통과되지 않은 법률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의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했던 박 대표가 이처럼 강공으로 전환한 데는 여권이 연정론으로 하한기 정국 이슈를 주도하려는 것을 차단하고 ‘민생 챙기기’로 여권과 차별화한다는 점을 직접 알리겠다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노 대통령의 잇따른 연정론 제기로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동요가 일 가능성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장 전북으로 이동해 새만금사업 현황 등을 청취한 뒤 밤늦게 귀경했다.

▽대연정에서 선거제도 개편으로=열린우리당은 박 대표의 단호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대연정론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태세다. 당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은 조만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에 ‘대연정 토론회’를 공동 개최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은 대연정 제안의 중심축을 선거제도 개편 쪽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제안으로 국민 사이에 ‘선거제도 개편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대통령 직까지 걸겠다고 했겠느냐’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며 “휴가 중인 노 대통령은 내심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줄 알면서도 대연정을 제안한 것은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대어(大魚)’를 낚기에 앞서 정치적 명분 축적을 위한 게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 회의에서는 장영달(張永達) 이미경(李美卿) 의원이 “한나라당은 연정이 싫으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沈相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도 “박 대표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어떠한 방법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민생문제에만 집중하자고 말한다. 선거구제 개혁 없이 어떻게 지역주의를 타파한다는 것이냐”며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 줬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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