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과 서울대총장 ‘맞대결’하나

  • 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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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 기본계획을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대결하는 듯한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본고사라며 “입시제도가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학이 양보해 주고, 국가적 정책에 맞춰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총장은 “나름대로 옳은 방법을 찾았다”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무엇이 ‘국가적 정책’인지부터 따져 보자.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서울대 안을 들여다보니 다양한 전형으로 뽑던데 좋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 계열의 시민단체 등이 서울대 안(案)을 본고사 부활이라고 몰고 가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노 대통령이 ‘나쁜 뉴스’라고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고등교육법 시행령(35조 2항)에도 논술고사는 허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국가적 정책인가, 시민단체 성명서가 국가적 정책인가.

노 대통령은 “몇몇 대학이 최고 학생을 뽑아 가는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고교 공교육을 망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대학끼리 교육의 질을 높여 우수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정부가 권장해야 할 일이다. ‘공교육을 망친’ 것은 오히려 중고교의 인재들을 똑같이 평준화의 교실에 가두어 놓는 정책이었다.

몇몇 여당 의원들은 논술고사를 포함한 본고사 금지 법률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이런 위헌적인 법률은 헌법재판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헌법 31조는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학 자율의 핵심은 학생선발권이다. 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도 있다. 변별력 없는 입시를 통한 대학평준화는 ‘능력에 따른 균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대학입시는 대학에 맡겨야 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우리 교육의 미래만 어두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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