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개성회담 결산]‘鄭 데뷔’ 집착… 核의 벽 못넘어

  • 입력 2005년 5월 20일 0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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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남북 차관급회담 타결 직후 회담장인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남북한 수석대표인 이봉조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합의 내용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19일 오후 남북 차관급회담 타결 직후 회담장인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남북한 수석대표인 이봉조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합의 내용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은 19일 나흘째 열린 차관급회담에서 비료 지원과 장관급회담을 하나씩 주고받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다만 남측의 북한 핵 문제 제기는 북측의 논의 거부로 고장난명(孤掌難鳴)의 국면에 머물렀다.

정부는 공동보도문 중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대목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북측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그 문구 앞에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남측 공동보도문에는 없는 내용으로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민족공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마련에 기여했다”는 정부의 희망 섞인 평가와 달리 앞으로 북핵 논의가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남북관계 정상화 신호탄”=정부는 장관급회담 개최 날짜를 못 박은 것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남북관계 전반을 정상화할 수 있는 단초를 확보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다음 달 장관급회담에서 1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는 적십자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장성급회담 등 분야별 남북 협의체를 복원하는 문제를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

남측 대표단은 당초 북핵 문제 해결의 분위기 조성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병행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러나 북한의 경직된 태도에 부딪히자 남북대화를 복원하는 쪽으로 목표치를 수정했다. 장관급회담에서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남북대화 무대 데뷔 여부도 남측 대표단의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 이 같은 남측의 속내를 읽은 북한이 이를 지렛대 삼아 북핵 문제에서 끝까지 버티기를 하는 바람에 합의가 늦어진 측면도 있다.

고유환(高有煥·북한학) 동국대 교수는 “10개월 동안 중단된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된다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며 “이제 남북관계는 신뢰 회복의 초기 단계로 들어가 남북의 공조가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료 지원과 마찬가지로 인도주의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합의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북측의 성의 부족 때문이기도 했지만 남측도 장관급회담에 치중하는 바람에 이를 후순위로 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제자리 맴돈 북핵 문제=남측은 끝내 공동보도문에 북핵 문제를 담는 데 실패했다.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북측의 완강한 태도 때문이다.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부 차관은 “정부가 장관급회담을 얻어내기 위해 너무 서두른 나머지 핵 문제를 합의문에 전혀 넣지 못하는 전략적 미숙함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와 상당수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호응할 것으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쌀과 추가 비료 지원 등 얻을 것이 더 있는 북한으로선 북핵 문제를 좀 더 카드로 활용하려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장관급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정 장관은 회담 타결 후 “북핵 문제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해 장관급회담에서 이를 본격 거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성과를 기대했던 미국에선 대북 압박론 등 강경한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양측 주장과 공동합의안 결과
남측 주장 및 입장진행상황북측 주장 및 입장
북한의 핵무기 불용과 6자 회담 복귀를 합의문에 명기협의 중. 남측 요구에 북측이 완강히 반대핵 문제는 해당 부분(외무성)에 전달
6월 중 구체적인 날짜 정해 장관급회담 개최-6월 21∼24일 개최 합의. 구체적 시기 협의 중 -적십자·경제협력추진위원회 ·장성급회담도 구체적 일정 협의 중‘가까운 시일 내’ 장관급회담 개최
6·15 평양 남북공동행사에 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 참가합의6·15 남북공동행사에 남측 정부대표단 파견
예년 수준 비료 지원5월 21일부터 비료 20만 t 지원 합의. 시기와 수송 방법, 식량지원은 협의 중비료 50만 t과 식량 지원
8·15 이산가족 상봉협의 중없거나 확인 안 됨
남북간 철도·도로연결 개통식협의 중없거나 확인 안 됨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해소할 수 있는 문제협의 중김일성 주석 조문불허 사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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