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도 안돼, 저 사람도 안돼”…정부기관 임원선임 지연

  • 입력 2005년 3월 30일 17시 49분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 논란이 정부산하기관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투기 혐의 등으로 장관들이 잇달아 낙마함에 따라 정부산하기관들도 임기 만료된 임원들을 새로 선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

30일 KOTRA에 따르면 1월 초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오영교(吳盈敎) 전 사장의 후임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OTRA는 지난달 공개모집을 통해 3명의 후보를 청와대에 올렸지만 적임자가 없다며 거부당해 이달 재공모를 실시했다.

28일 서류전형을 통해 14명의 후보를 7명으로 압축했지만 이 중에서 신임 사장이 선임될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KOTRA 관계자는 “재공모 지시에 상당히 당황했다”며 “장관급 인사들이 연이어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인사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도 지난달 임기가 끝난 류연수(柳年洙) 전 이사와 손방길(孫邦吉) 전 감사의 후임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류 전 이사는 부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업무를 맡아 왔기 때문에 후임이 빨리 정해지지 않으면 대한투자증권의 매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손 전 감사는 지난달 28일 그만뒀지만 한 달이 넘도록 감사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

예보는 이사 후보를 재정경제부에 추천했지만 사정당국에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바람에 선임이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도 신일성(愼一晟) 전 감사의 임기가 25일 끝났지만 아직까지 새 감사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신임 감사는 대개 전임 감사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내정돼 바로 업무를 승계해 왔다.

산업은행은 최근 임원들의 빈자리를 모두 채웠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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