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혁신委, 오버하지 말라”

  • 입력 2005년 3월 25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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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혁신위원회(홍준표·洪準杓 위원장·사진)가 당 지도부와 엇박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혁신위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보안법 등 3대 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 △부패 비리 당원 기소와 동시 출당 조치 △한나라당의 상호주의 대북(對北) 기조를 ‘호혜 공존’으로의 전환 등을 제안하고 이를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건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2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날 혁신위가 발표 내용을 당 대표에게 건의하겠다고 한 것은 방향이 잘못됐다”며 “의원총회에서 제안할 것은 의총에서, 운영위에서 할 것은 운영위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도 “혁신위가 당의 절차를 숙지하고 활동해 주기 바라며 앞으로는 사무처 직원들과 긴밀히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일방적인 혁신위의 발표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성헌(李性憲) 사무부총장은 “3대 법안 처리는 시기보다 내용이 중요한데, 무조건 4월 임시국회에서 빨리 처리하고 보자는 것은 구차하고 저급한 접근”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앞서 박 대표도 혁신위 출범 직후 “혁신위는 당론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의 거듭되는 지적에는 홍 위원장이 너무 튀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깔려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홍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가 권고사항을 마치 결정된 당론처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홍 위원장은 이미 7월 전당대회 개최 및 새 지도부 선출을 주장하며 ‘박 대표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혁신위 측은 24일 발표내용은 당의 혁신을 위한 권고사항이며 당 내의 여러 의견을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수렴한 결과라고 밝혔다. 혁신위 간사인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한나라당이 당면 현안에 전향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혁신의 조건”이라며 “과격해 보일 수는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르려면 조용한 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당 지도부를 설득하거나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를 할 경우 당력 소진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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