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전재희 펑펑 운 이유는…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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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법 국회 통과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왼쪽)이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12일째 농성 중인 같은 당 전재희 의원을 찾아 함께 오열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행정도시법 국회 통과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왼쪽)이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12일째 농성 중인 같은 당 전재희 의원을 찾아 함께 오열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행정도시법 국회 처리에 반발해 각자 배수진을 친 두 사람이 결국 손을 맞잡고 펑펑 울었다.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박세일(朴世逸)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3일부터 12일째 단식 중인 같은 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을 찾았다. 박 의원은 “모두 잘못했는데 혼자 고생하고 있다”며 전 의원의 두 손을 잡은 뒤 곧 눈시울을 붉혔다.

전날부터 단식 후유증으로 왼쪽 얼굴에 마비 증세가 온 전 의원도 이내 눈물을 흘렸고, 감정이 복받친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오열했다. 박 의원은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잠시 구석으로 가 소리 내어 울었다. 단식장 밖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서로 배수진을 거두라고 당부했다. 박 의원은 “빨리 회복해야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고, 전 의원은 “당에 필요한 분인 만큼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말렸다.

인간적인 고민도 털어놨다. 박 의원은 “나도 생각 많이 해서 결정한 것이다. 쉽지 않았다”며 “(의원직 사퇴를) 말리는 의원들이 고맙지만 동시에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잡은 오찬 약속을 취소해 분분한 관측을 낳았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얼마 전부터 오른쪽 눈이 거의 안보여 급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도 육체적인 한계를 호소했다. 단식 기간 중 전 의원은 스트레칭과 기도, 하루에 국회 내 의원 동산 6바퀴 돌기, 바깥소식 멀리하며 마음 다스리기 등의 방법으로 나이(56)를 무색케 하는 활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속이 쓰려 위장약을 먹기 시작했고 “정신이 맑아진다”며 전날까지 했던 찬물 세수도 의사의 강권으로 중단했다.

전 의원은 이날 “수도 분할을 막기 위한 범국민 협의체가 결성되면 단식을 그만둘 것”이라며 이날 오전 준비모임을 가진 수도분할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본격 출범하는 대로 단식을 풀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르면 15일이 될 것 같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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