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의 敵은 누구냐고 묻는 미국

  • 입력 2005년 3월 11일 18시 31분


코멘트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북한 핵 청문회에서 한국의 대북(對北) 포용정책이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한국은 누가 적(敵)이고 누가 동지인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공화당 소속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도 관여하는 인물이다.

그의 발언에 과잉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몇 가지 현안을 놓고 한미 간에 시각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반세기 넘게 지속돼 온 동맹관계의 뿌리가 당장 흔들린다고 볼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양국은 여전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동의 가치로 추구하는 맹방이며, 이런 관계는 앞으로도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을 ‘협상용’이라고 애써 평가절하했고, 대북 경협사업도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명했다. 이런 점들이 한국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 감싸기’에만 신경 쓰는 것처럼 미국의 눈에 비쳤을 것이다.

이는 온건 노선의 카네기재단까지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데서도 알 수 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도 “미국은 핵 확산을 막기 위해 대북 경제압력을 높이려는데 한국은 경협을 통해 북한을 부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양국의 방침대로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려면 공조(共助)가 생명이다. 한쪽은 문제를 풀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딴전을 피우는 듯이 비쳐서는 곤란하다. 모든 협상에는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필요하다. 처음부터 ‘채찍은 안 된다’는 식으로는 한미 공조도 어렵고 ‘당근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한미 간 신뢰의 토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좀 더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