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외모 컴플렉스?

  • 입력 2005년 2월 16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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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폭군, 63번 째 생일을 자축하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계기로 그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쓰면서 붙인 제목이다. 김 위원장의 생일 하루 전인 15일자에 게재된 기사는 김 위원장의 행적을 비아냥거리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기사 첫 머리는 그의 외모에 대한 묘사.

"뒤축을 높인 구두와 덥수룩한 머리에 키가 1m 50cm인 그는 아도니스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아도니스 콤플렉스란 남성이 외모 때문에 갖는 강박관념, 우울증 등을 가리키는 콤플렉스다.

르 피가로는 김 위원장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에도 시비를 걸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그가 '경애하는 지도자' '위대한 장군' '총사령관'으로 불리는 것에서 나아가 '21세기의 태양'으로까지 불린다는 것.

신문은 "김정일은 마치 불멸의 영웅인 양, 아무도 그에게 저항할 수 없는 '터미네이터'인 양 떠받을여진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그의 '왕국'은 생지옥인데도 2200만 북한 주민들에게 그는 신과 다름없는 존재"라고 묘사했다.

생일날 북한에서 펼쳐지는 풍경에 대해서도 비꼬는 투로 전하고 있다.

"평양에선 무표정하고 공허한 시선의 군중이 3만 송이의 빨간 베고니아 꽃을 흔들며 구호를 외칠 것이다. 불꽃이 하늘을 장식하고, 군무(群舞)가 그의 탄생을 축하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탄생 신화'도 도마에 올랐다. 신문은 "북한에선 김정일이 신성한 백두산에서 무지개가 하늘을 수놓고 새들이 노래부르던 순간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실제로 그는 블라디보스톡 교외의 누추한 방에서 태어났다"면서 "하지만 북한에서 이런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외면한 김 위원장의 호사(豪奢)를 비판했다.

"평양 서쪽의 영화 스튜디오는 할리우드에 맞먹는 규모다. 김정일은 이 곳에 2000명의 여가수와 여자 무용수를 두고 있다. 그는 또 모든 종류의 스포츠카를 사들여 개인 경주장에서 질주를 하고 프랑스산 최고급 포도주를 즐겨 마신다. 이런 생활을 뒷받침하는 재정은 위조 지폐와 마약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된다."

르 피가로는 마지막으로 최근 북한 핵 파장과 관련해 "김정일은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데 재미를 붙였다"면서 "바로 핵전쟁을 들먹이며 공갈 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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