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軍검찰 ‘충돌’]대통령-장관 말도 안통하는 국방부

  • 입력 2004년 12월 2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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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검찰 “특정인 진급 사전 내정”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 룸에서 황승호(왼쪽) 강성용 국방부 검찰단 검찰관이 육군 장성 진급비리 의혹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보충설명을 하고 있다.-변영욱 기자
軍검찰 “특정인 진급 사전 내정”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 룸에서 황승호(왼쪽) 강성용 국방부 검찰단 검찰관이 육군 장성 진급비리 의혹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보충설명을 하고 있다.-변영욱 기자
육군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사건을 둘러싼 군 검찰과 육군의 갈등이 ‘한계수위’를 넘고 있다.

군 검찰은 24일 올 육군 장성 진급인사가 갖은 수법을 동원한 구조적 비리로 얼룩졌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육군은 군 검찰이 육군을 ‘부패의 온상’으로 몰았다며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군 통수권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군이 ‘집안싸움’에만 몰두해 전반적인 군 지휘권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군 검찰 대 육군 주장=군 검찰은 우선 진급 심사과정의 첫 단추인 유력경쟁자 명단 작성에서부터 비리가 개입됐다고 보고 있다. 구속된 육군본부 진급계장의 컴퓨터에서 평정, 상훈, 지휘추천 등을 종합한 ‘표준점수’와 무관한 ‘진급 유력자 리스트’가 발견됐고, 이들 중 일부를 진급시키기 위해 문서 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반면 육군은 실무장교가 오랜 관행에 따라 개인 업무 차원에서 명단을 작성했으며 사전 내정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육군 “사실 아니다”
24일 국방부 검찰단의 육군 장성 진급비리 의혹 수사결과 발표 직후 같은 방에서 류성식 육군 과학화훈련단 참모장(전 육본 진급계장)이 군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반박하고 있다.-연합

군 검찰은 또 진급시킬 후보자의 음주운전 측정거부나 부적절한 예산 낭비 등 불리한 사실이 적힌 인사서류를 고의로 누락 또는 변조해 인사검증위를 통과시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육군은 당사자가 ‘회식을 하다가 복통을 일으킨 딸을 병원으로 옮기다 일어난 일’이며, 인사기록에 혈중알코올 수치가 기재된 만큼 측정거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진급 추천심사위원회에서도 조직적 비리가 개입됐다고 군 검찰은 주장한다. 구속된 육본 인사 관계자들이 진급 유력리스트에 포함된 후보들과 경쟁하는 17명의 비리가 담긴 신상자료를 인사검증위의 검증을 받은 것처럼 꾸민 뒤 이를 추천심사위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군은 17명의 비리사실은 공신력 있는 군 기관에서 제공해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자료를 제공한 기관의 노출을 우려해 인사검증위 양식에 옮겨 적은 것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지휘체계 문란?=군 검찰과 육군의 갈등은 노 대통령이 15일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법한 수사절차는 보장돼야 한다”고 양측에 경고하면서 일단 수습되는 듯했다.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군이 한 달 넘게 ‘집안싸움’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군 통수권자의 경고였던 셈. 윤 장관도 “더 이상 구속수사는 안 된다”는 뜻을 군 검찰에 전달함으로써 중재에 나섰다.

그럼에도 해당 군 검찰관들은 육군 관련자들의 수사 비협조를 이유로 보직해임을 요청하고, 법무관리관이 이들의 보직해임 결정이 법적으로 잘못됐다고 거들고 나서면서 사태는 다시 악화됐다.

육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4일 군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충남 계룡대에서 서울 국방부 청사로 올라온 육군 관계자들은 시종일관 격앙된 어조로 군 검찰을 성토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군 통수권자와 장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윤 장관은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진급제도의 문제점을 특별연구팀에서 심층 검토케 한 뒤 내년 하반기까지 새 (진급)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으나 왠지 공허하게 들렸다.

장성진급 수사 군검찰 발표 내용과 육군의 반박
군 검찰진급 불법행위육군
구속된 C 중령이 진급 심사 전 52명 명단 작성 후 전원 진급진급자 내정진급계장이 공석을 추정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작성.최종 진급 선발자는 진급심사위 심사를 통해 결정되므로 사전 내정 불가
‘보이지 않는 손’ 진급심사과정에서 다양한 방법 개입. 모 인사 C 중령에게 2명 진급 지시(수첩사본)‘보이지 않는 손’ 존재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았음
사전 내정자에게 불리한 자료 삭제, 진급추천위에 불리한 자료 미제출인사자료고의누락경리병과 모 대령 음주운전 자료 심사위 제출. 예산집행 부적정 징계처분 받은 모 대령 자료도 심사위에 가감 없이 제시
유력자 경쟁상대인 17명 비위 사실 인사검증위 미검증경쟁상대 고의탈락 가짜서류진급돼서는 안 될 대상자 17명 진급과 내부문건으로 작성, 검증위 간사 J 중령 날인, 심사위에 제공
사전 내정 11명의 진급을 위해 음영표시.비고란에 ‘1번 장교 우호, 2번 장교 미흡’ 기술음영표시특징적인 자력분석 내용에 대한 보고일 뿐 특정 인원 선발 위한 자료가 아님
진급위원 유도, 통제상황 담긴 CCTV자료 은폐 파기CCTV 은폐CCTV는 CD로만 녹화가 가능하며 CD녹화는 용량제한으로 불가능(10분 녹화 시 CD 1장 필요)
특정인 추천반대 예상하고 진급 간사에 반박논리 사전 제공진급자 위한사전대응지침갑·을·병 간사는 심사장에서 말을 할 수 없음.특정인 유도. 통제하는 발언 일절 하지 않음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육군-軍검찰 또 정면충돌

국방부 검찰단은 24일 10월 육군 장성 진급인사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52명이 모두 사전에 내정됐다고 발표했다. 또 이들이 진급 선발심사위원회에서 모두 선발되도록 진급대상 후보들의 인사자료를 조작하거나 누락시킨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석영 국방부 검찰단장(공군 대령)은 이날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육군 장성진급 비리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육군 측이 군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진급 비리의혹을 둘러싼 군내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군 통수권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군 검찰과 육군을 동시에 경고했고,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영장 승인을 거부당했다는 이유로 반발한 군 검찰관에게 보직해임 조치를 취했음에도 군 검찰과 육군이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군 기강과 지휘체계 문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검찰은 이날 육본 진급계장인 차모 중령과 인사검증위원회 간사인 주모 중령을 공문서 위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육본 인사관리처장인 이모 준장과 인사검증위원인 장모 대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김광현 육본 정훈공보실장(준장)은 충남 계룡대 육본에서 상경해 서울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와 “군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가 사실과 다르며, 진급 절차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를 기정사실화했다”고 비난했다.

김 실장은 “이번 사태로 육군 전체가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비칠 것을 심각히 우려하며, 앞으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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