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행료 10억 내더라도…” 파나마 운하에 몰리는 정유사들

  • 동아일보

호르무즈 봉쇄후 美원유 수입 급증
각국 선박 몰리며 통항료 폭등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땐 60일 걸려
원유 신속 수급 위해 추가 비용 감수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고, 대신 미국산 원유로 수요가 몰리면서 북미·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핵심 길목’인 파나마 운하의 통항료가 치솟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도 어떻게든 원유를 조달하고자 비싼 통항료를 물더라도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6일 파나마 운하청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를 확보하려는 선박들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가 하루 평균 30∼34척에서 최근 40척 이상으로 증가했다. 통상 파나마 운하 정기 이용 선박들은 정기 통항권을 미리 확보해 놓고 있다. 그러나 긴급하게 운하를 이용해야 하는 선박들은 현장에 도착해 순번을 기다리거나, 하루 3∼5개 제공되는 ‘통항 슬롯’(운하 통과 권리)을 경매 등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이에 통항료는 상승세다. 빅토르 비알 파나마 운하청 부사장은 “경매에서 100만 달러(약 14억8000만 원) 이상을 지불한 사례도 있다”며 “다만 이는 일시적으로, 평균 경매 가격은 전쟁 전 14만 달러에서 전쟁 이후 38만5000달러(약 5억6000만 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선박 수요가 더 몰리고 있어 실질적인 슬롯 경매 가격이 최소 60만∼70만 달러(약 10억3000만 원)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나마 운하에는 여러 갑문이 존재하는데, 데이터 분석 업체 아구스미디어에 따르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파나맥스 갑문을 통한 통행 비용은 평균 83만7500달러(약 12억4000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가격이 뛰었지만 평소 이곳을 이용하지 않았던 한국 정유업체들마저 파나마 운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입처 다변화의 일환으로 미국산 원유 수입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통계 서비스(K-stat)에 따르면 이달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총 219만 t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5% 증가했다. 반면 카타르 쿠웨이트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의 원유 수입량은 40% 이상 줄었다.

미국산 원유를 전통적으로 수입하는 경로는 미국 멕시코만 등에서 원유를 싣고, 대서양을 거쳐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노선이다. 그러나 이 노선은 소요 시간이 최대 60일에 달한다. 반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면 운송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이에 정유사들은 대당 수억 원 이상의 ‘급행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원유를 수급하는 것이다.

GS칼텍스는 19일 파나마 운하를 통해 2022년 9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원유를 수입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등도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 물량은 파나마 운하를 통해 들여올 예정이다. 다만 수로 폭이 좁아 초대형 유조선(VLCC)은 통행이 어렵다는 점은 파나마 운하의 한계로 꼽힌다.

또 정부는 4∼6월 미주·아프리카·유럽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국내 수입업체에 중동산 대비 추가 운임의 차액을 100% 지원하고 있다. 지원이 6월 말로 종료되면 정유사의 비용 부담이 늘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통항료가 비싸도 원유를 들여오는 게 우선이다. 대부분의 정유사가 원유 가격과 선박료, 통항료 등의 상승으로 7월 원유 확보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는데 전쟁이 길어지면 파나마 운하를 더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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