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은 태생적 겉핥기?…하루평균 피감기관 3곳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48분


‘하루 평균 5개 기관 감사, 1개 기관 감사시간 평균 84분, 의원 1명이 1개 기관 상대로 평균 5.6분 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실상이다. 대법원과 법무부, 대검찰청을 비롯해 전국의 각 지방법원 지방검찰청 등의 1년치 업무 전반을 감사하는 국감이 이렇게 허술하다.

카드대란 등 국민의 경제생활과 밀접한 정부 업무를 감사하는 정무위원회는 22명의 의원이 하루 평균 5개 기관을 감사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정감사는 4일부터 23일까지 20일간 진행되지만 토 일요일을 제외하면 국감이 열릴 수 있는 날은 15일. 상임위별로 실제 국감을 진행하는 날을 모두 합하면 201일로 집계됐다. 상임위별 평균 국감일은 11.8일인 셈이다.

국정감사 현황
상임위원회의원 수피감기관 수실제 국감일 수
운영2182
법제사법156513
정무225912
재정경제253215
통일외교통상261816
국방183214
행정자치242813
교육194611
과학기술정보통신201814
문화관광233215
농림해양수산221513
산업자원223215
보건복지201115
환경노동163213
건설교통261714
정보12115
여성1621
347458201
*의원 수 합계가 의원정수(299명)보다 많은 것은 일부 상임위의 중복 가입 때문임

국감을 실시하는 상임위는 모두 17개이고 한 상임위에 평균 20명의 의원이 소속돼 있다.

올해 국정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은 정부부처와 부처 소속 정부기관, 각종 위원회, 공사 등을 합쳐 모두 458개. 1개 상임위가 평균 27개 기관을, 하루 평균 2.3개 기관을 감사하는 셈이다.

의원 1인당 감사 시간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점심시간을 빼고 평균 7시간 정도 감사한다고 가정하면 1개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데 3시간이 걸린다. 의원 1인당 9분간의 질의 시간이 주어지는 셈. 9분 안에 한 정부기관의 1년치 업무의 공과에 대해 묻고 답변까지 들어야 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5일 제주도 등 3개 기관을 상대로 실시된 문화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5분씩 질의 시간을 배정받은 의원들이 귀경 비행기시간에 쫓기자 막판에 무더기로 서면 질의로 대체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시간에 쫓겨 원고를 빠르게 읽은 후 증인의 답변을 가로막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법사위 정무위 교육위 재경위 등 피감기관이 많은 상임위의 상당수 의원들은 비서진이 밤새 준비한 질의 자료를 미처 읽을 시간이 모자라 서면질의로 대체하기 일쑤다.

정부의 실정(失政)을 따지고 바로잡아야 할 국정감사가 이렇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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