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아 조선이 李총리 손 안에 있나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25분


이해찬 국무총리가 유럽 순방 마지막 날 “동아 조선은 내 손바닥 안에 있다. 대통령이나 나나 끝까지 맞서 싸운다”는 식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고 한다. 취중이라지만 신문법 개정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상위 3개 신문사 점유율이 60%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제재한다는, 세계적 유례가 없는 악법을 만드는 속셈이 특정 신문 탄압에 있음이 명백해졌다. 편집규약 제정, 경영자료 보고, 광고비율 제한 등 보도와 경영, 광고까지 정부가 간섭하려는 의도가 비판언론 장악과 나머지 신문 길들이기에 있다는 사실이 표출된 것이다.

이 총리는 “동아 조선은 역사에 반역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는 오히려 그가 들어야 할 소리다. ‘민주화세력’을 자칭해 집권하고 ‘개혁’을 빌미로 자유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정부여당이야말로 역사에 반역하는 게 아닌가.

“그동안 동아일보가 나를 얼마나 공격했느냐”고 분노했다는데 한 나라의 총리가 이처럼 언론의 역할에 무지한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근본 역할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의 투표로 뽑히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국민을 대신해 이를 알리는 언론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는 이유다. 정권적 차원의 불쾌감 때문에 특정 신문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은 견제와 비판받지 않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언론자유만이 아니다. 언론자유가 훼손되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흔들리고 국격(國格)마저 추락한다. 한시적으로 국정운영을 위임받은 정권이 그에 따르는 국익(國益) 손상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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