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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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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은 15일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올해 8월 가서명한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포괄합의서의 전문(全文)을 공개하면서 이런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는 이 자료에서 “잘못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요, 나라를 올곧게 세우는 길이라 믿는다. 비밀문서인 줄 알면서도 공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비밀주의가 관행화돼 있는 정부의 행태를 감안하면 노 의원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노 의원이 ‘외교문서 공개는 당사국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국제 관례를 깬 자신의 행동을 무리하게 합리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우선 ‘용산기지 이전 합의서’를 비밀문서라고 할 수 있을까. 이 합의서는 국회에 제출되는 순간 공개될 수밖에 없다. 국무회의 같은 정부 내부의 승인이 끝난 뒤 양국간 최종 서명이 이뤄지면 국회 제출 전에도 공개된다.
정부는 국민적 관심이 많은 이번 합의서에 대해선 그 공개 시기를 더욱 앞당겨 ‘19일 국무회의 직후’로 잡았다.
노 의원은 비밀문서를 공개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 발표보다 4일 먼저 터뜨린 것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이규형(李揆亨)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노 의원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라는 논리에 기대어 한건주의 접근방식을 택했다”고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간 약속인 조약에서는 한국 정부도 한쪽 당사자일 뿐이다. 그래서 공개 여부와 시기조차도 양국간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또 노 의원의 주장대로 이번 합의서가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바로잡는 길은 국회의 비준 거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어차피 공개될 문서를 며칠 일찍 공개했다고 잘못이 바로잡히는 게 아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노 의원의 이번 공개는 정부의 대외 신뢰도만 크게 떨어뜨렸다. 노 의원에게 ‘당신의 행동이 국익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됐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노 의원이 대답할 차례다.
부형권 정치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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