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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3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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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이영순(李永順·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고액기부자 명단’을 본보가 분석한 결과 기부금을 낸 후원자는 자신의 출신, 연고지, 후보자의 영향력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는 재계·관료 출신 밀기=고액 후원금 모금액 상위 20위 가운데 경제관료 출신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상위에 자리 잡았다. 한나라당 이종구(李鍾九) 의원은 금감원 감사 출신으로 초선 중에서는 가장 많은 모금(4위)을 했다. 그러나 이종구 의원측은 후원자의 직업란을 ‘회사원’으로 일괄기입하거나 공란으로 비워 둬 구체적으로 누가 기부를 했는지 분석이 불가능했다. 전체 순위 6위를 차지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진표(金振杓) 의원은 재계, 금융권으로부터 후원금이 많았다. 금융권에서는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 이재욱 한국은행 부총재, 정건용 한국산업은행 총재, 최동수 조흥은행장, 신동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이 총선 직전까지 김 의원에게 50만∼100만원씩을 기부했다.
또 김호일 현대해상보험 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 유병택 두산 부회장, 정재호 LG경제개발원 부사장 등도 김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진념(陳稔)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은 주로 경제관료 출신들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진 전 부총리는 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을 비롯해 강봉균, 정세균, 한명숙 의원 등에게, 진 장관은 김진표, 변재일, 문희상, 신기남 의원 등에게 50만∼100만원씩 후원금을 냈다.
박 한국은행 총재는 김진표,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에게 각각 100만원씩을 기부했다. 이용섭 국세청장은 이한구, 이계안(열린우리당), 이낙연 의원(민주당)에게 각각 50만원씩을 보냈다.
▽법조계와 정치권도 끼리끼리=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장관은 변호사 시절인 4월 판사 출신인 조배숙 의원(열린우리당)과 검사 출신인 최연희 의원(한나라당) 등에게 각각 50만원씩 후원금을 냈다. 신영무(辛永茂) 법무법인 세종 대표 변호사도 변호사 출신인 김학원(자민련) 진영 의원(한나라당) 등에게 후원금을 냈다.
정치인들끼리 후원금을 낸 경우도 많았다.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도지사는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실세’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나눠 냈다. 김 전 지사는 김근태, 김부겸, 김영춘, 김한길, 신기남, 이미경, 천정배 의원에게 각각 100만원씩 후원금을 보냈다.
전 부천시장 원혜영(元惠榮·열린우리당) 의원은 14명의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에게 50만원씩을 기부했다. 원 의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의원은 강창일, 김교흥, 문학진, 백원우, 서갑원, 선병렬, 우상호, 유기홍, 유인태, 윤호중, 이기우, 이목희, 이인영, 조정식 의원 등이다.
최병렬(崔秉烈) 한나라당 전 대표는 총선 직전 같은 당 허태열, 홍준표 의원에게 각각 100만원씩 후원금을 보냈다. 권오규(權五奎) 전 대통령정책수석은 문희상, 이광재 의원에게 기부했다. 김덕규(金德圭) 국회부의장은 김학송(한나라당), 이해찬, 장영달 의원(이상 열린우리당)에게 100만원씩을 후원했고 장영달 의원은 이목희, 우원식, 이인영, 정봉주 의원(이상 열린우리당)에게 후원금을 냈다. 이해찬(李海瓚·기부 당시 의원) 국무총리는 유기홍 의원에게 500만원을 냈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을 밀어라=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후원자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력인사는 없었지만 38명으로부터 모두 1억1700여만원을 모금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후보 중 한명이라는 점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또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라는 프리미엄 탓인지 1억여원을 걷어 3위를 기록했다. 문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후원자 중에는 재계 인사가 많았다. 윤국진 기아자동차 사장, 정순원 현대자동차 사장, 염시종 대한항공본부장, 백호익 동부건설 회장, 이병무 아시아시멘트 회장, 윤세영 SBS 회장 등이 후원금을 냈다.
연고지를 중심으로 후원금을 일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한 부산시 시의원은 10명의 한나라당 의원에게 50만∼200만원씩을 골고루 나눠냈다. 대구지역의 한 은행장도 한나라당 대구지역 의원 7명에게 100만원씩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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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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