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풀린 靑…국정원 간부 사진유출 등 잇단 사고

  • 입력 2004년 7월 16일 23시 28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패러디 사진 게재 사건은 참여정부 출범 후 청와대 내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난 사건 사고들의 연장선에 있다. 그동안 권부(權府)의 핵심인 대통령비서실에서는 이런 황당무계한 사건 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6월 발생한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사진 유출 사건.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실국장급 간부(2급 이상) 전원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 뉴스’가 홍보수석실 산하 전속 사진팀에서 건네받아 그대로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이다.

사진에 찍힌 27명의 국정원 간부 중 고영구(高泳耉) 원장과 1, 2, 3차장, 기조실장 등 정무직 간부를 제외한 1, 2급 간부 22명의 ‘얼굴’은 극비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언론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오마이뉴스측에 삭제를 요청할 때까지 문제의 사진은 36시간가량 인터넷에 올라 있었다.

청와대 공동사진기자단은 사후 유출을 우려해 스스로 노 대통령과 국정원 간부의 기념사진을 찍지 않았었다.

올 2월에는 권양숙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행정관이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미국 출장 당시 경호실 직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한 유사 사건이 일어났다. 청와대 경호원의 신원 역시 극비에 속한다.

이 같은 사건 사고를 되짚어 보면 이번 패러디 사진 사건도 별로 이상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 해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 중이던 노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청와대 당직실에 직접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아 24시간 상황 파악 태세에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6월에는 정책실 직원들이 가족 동반으로 헬기를 타고 새만금 현장을 시찰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최근에는 친노(親盧)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 부인의 교수 임용 청탁 사건과 관련된 인터넷 제보가 엿새가 지나도록 담당 비서관에게 전달되지 않아 ‘나사 풀린 청와대’의 실상을 거듭 보여 주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실무자 개인의 실수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전문성보다는 코드 중심의 인력 운용, 지나친 당파적 분위기 등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진단 및 해법을 모색해야 ‘청와대는 사고부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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