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리조사처 新設에 조건 있다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25분


노무현 대통령이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새로운 사정수사기관 설립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대통령의 친인척, 국회의원, 장차관, 사정기관의 고위간부 등 권력층을 감시하고 수사하는 전담기관의 설치는 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고 여야 및 시민사회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산하에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이 일자 중단한 바 있다. 법무부 산하에 비리조사처를 두는 것은 대검 중앙수사부 등과 기능이 겹쳐 옥상옥일 수밖에 없다. 반면, 최근 검찰이 막강한 수사권을 행사하면서 검찰 사정은 누가 하느냐는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따라서 수사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도 비리조사처 신설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새로 출범할 비리조사처는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확고하게 보장돼야 한다. 대통령이 검찰을 다루기가 부담스러워 부방위라는 직속기구 밑에 새로운 사정수사기관을 차려보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정치인 수사를 제약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본래의 기능이 변질돼서도 안 된다.

그동안 검찰조직과는 별도의 한시적 특검이 몇 차례 활동해 성역에 가깝던 권력형비리를 꽤 밝혀내는 실적을 올렸다. 검찰이 특검을 의식해 수사를 더욱 철저히 하는 부수효과도 있었다. 특검의 상설화든,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든 우리 사회의 고질인 특권층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조직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새로운 사정기관의 신설 문제가 조직이기주의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다만 비리조사처 신설에는 엄격한 조건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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