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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0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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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에게 이번 연주회의 의미는 남다르다. 부인 윤정희씨(59)와 함께 1977년 납북될 뻔했었기 때문. 백씨 부부는 그해 7월 한 스위스 부호가 초청 연주회를 갖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별장이 있는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까지 갔다가 납북되기 직전 미국 영사관으로 피신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백씨 부부는 ‘북한’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를 쳤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동유럽 (등 북한 공관이 있는 나라로 연주회를 갈 때면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19일 기자와 만난 백씨 부부는 “지금도 피랍 공포에 시달린다. 그들이 (납치에) 실패했기 때문에 언젠가 기필코 성공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백씨는 이번 연주회 기획자인 오스트리아 유명 배우 크리스천 스파첵으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고 흔쾌히 승낙했다. “우리를 납치하려 했던 북한 지도부와 주민은 다르다. 그들(북한 주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다.”
윤씨는 “프랑스 TV에서 한 북한 아이가 시장에서 쌀 한 톨을 집어먹는 모습을 본 뒤 음식을 남길 때마다 그 아이가 생각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연주회에는 오스트리아 배우들도 참여해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수익금 전액은 스파첵씨 등이 북한을 방문해 전달할 예정.
그러나 백씨는 ‘북한주민 돕기’와 ‘친북(親北)’은 구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90년대 초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 직후 러시아와 동유럽으로 연주회를 가면 돈이 있어도 사 먹을 게 없어 굶어야 했다. ‘반미친북’ 하는 한국의 일부 젊은이들이 공산주의 역사를 알기나 하는지….”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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