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전기차의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자, 중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전기차의 ‘매립형 손잡이’를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안전 규제를 내놓았다.
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모든 신규 판매 차량의 내·외부에 ‘기계식 문 열림 장치(레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안전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내년 1월 시행되며, 기존 모델이나 출시 예정 차량은 2029년 1월까지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새 안전 규정에 따르면, 차량 외부 손잡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갖춰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가로 6cm, 세로 2cm 이상의 오목한 홈이 있거나, 그와 비슷한 크기의 손잡이가 항상 나와 있어야 한다.
또한 실내에도 문 여는 법을 알려주는 표지판(최소 가로 1cm x 세로 0.7cm)을 설치해야 하며, 손잡이 위치도 정부가 지정한 영역 안에 두어 비상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전기차 화재로 탑승자 사망… “전원 끊겨도 열려야”
작년 12월경, 중국 샤오미의 전기차 SU7에 화재가 발생한 사진. SU7은 매립형 손잡이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화재로 전기가 끊겨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탑승자는 사망했다. 유튜브 갈무리이번 규제는 지난해 중국에서 샤오미(Xiaomi) 전기 세단 ‘SU7’ 화재 당시 전력 차단으로 매립형 손잡이가 작동하지 않아 탑승자가 사망한 사고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유사한 사고는 미국에서도 있었다. 2024년 11월경에는 테슬라 모델S를 타던 한 부부가 나무를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화재가 발생해 안에 있던 일가족 5명이 모두 숨졌다. 이를 두고 유족은 “테슬라의 차량 결함으로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현재 중국 내 판매 상위 100개 전기차 모델 중 약 60%가 매립형 손잡이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립형 손잡이를 유행시킨 테슬라(모델Y·3)를 비롯해 니오(ES8), 리오토(L8), 엑스펑(P7) 등 주요 전기차 제조사 모델들의 대대적인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 ‘국제 표준’ 될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안전 규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세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리(Geely), BYD 등 일부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발 빠르게 돌출형 손잡이 방식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매립형 손잡이를 유행시킨 테슬라 또한 블룸버그에 “중국 시장을 위해 필요한 변경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상하이 기반 컨설팅 업체 오토모빌리티의 대표 빌 루소는 “이제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에 머물지 않고 자동차 규제 표준을 직접 설계하는 국가가 되고 있다”며 “중국발(發) 안전 기준이 굳어지면 결국 전 세계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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