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말할수 없이 기쁘다”…김기춘 “법치주의 성숙”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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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대통령 대리인단의 문재인 변호사(왼쪽)가 밝은 표정으로 헌법재판소를 나섰다. 같은 시간 소추위원장 김기춘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에 소추위의 입장을 설명했다.-전영한기자
14일 오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대통령 대리인단의 문재인 변호사(왼쪽)가 밝은 표정으로 헌법재판소를 나섰다. 같은 시간 소추위원장 김기춘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에 소추위의 입장을 설명했다.-전영한기자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 시대의 유물로 폄훼한 노무현 대통령의 행위는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14일 오전 10시3분경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선고문을 읽으면서 노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하자 대심판정 안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노 대통령이 파면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감돌았고 문재인(文在寅) 변호사 등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소추위원들도 자세를 고쳐 앉는 등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23분경 윤 소장이 “대통령을 파면할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말하자 소추위원과 대리인단 양측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이 낭독되자 노 대통령 대리인단의 얼굴에는 안도하는 빛이 역력했다.

노 대통령 대리인단 간사인 문 변호사는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결과적으로 부당한 탄핵소추이었음이 밝혀졌다”며 “헌재가 일부 탄핵 사유가 될 만한 부분을 지적했는데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소추위원인 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선고 직후 “오늘로 탄핵에 대한 모든 논란은 끝나야 한다”면서 “대통령도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밝힌 것 자체가 법치주의 실행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개월간 ‘창과 방패’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던 소추위원측과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선고가 끝난 직후 간단한 인사도 나누지 않고 대심판정을 떴다.

이날 오후 5시반경 청사를 나선 재판관들은 손사래만 칠 뿐 말을 하지 않았다. 주심인 주선회 재판관은 기자들을 향해 “모두들 수고가 많았다”며 “3일간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인데 기자들도 쉬느냐”며 웃음을 지었다. 주 재판관 이외의 상당수 재판관들도 휴가를 떠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헌재 앞에 모여 있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20여명은 기각 발표를 듣고 “만세, 이겼다”고 환호했다. 일부 회원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반면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관계자 50여명은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라”며 고함을 질렀다. 경찰은 이날 5개 중대 600여명을 헌재 주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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