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재산세율 50%감면 파문

  • 입력 2004년 5월 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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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산세 인상안과 관련해 서울 강남구의회가 재산세율을 50%까지 인하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서울시가 재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4일 강남구가 이 같은 조례를 이송해 옴에 따라 재산세율 인하 폭을 좀 더 축소하는 방향으로 구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가 재의 요구를 하도록 권고하면 강남구청장은 반드시 구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시의 재의 요구 권고는 강제성을 띤다.

그러나 강남구청장이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강남구의회가 당초 조례를 재의결하면 그대로 확정된다.

서울시 이상하(李相河) 세제과장은 “재산세율을 탄력적으로 정하는 것은 자치구의 권한이지만 합리적인 세율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며 “행정자치부 서울시 강남구가 종합적으로 이 문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이택규 재무국장은 “서울시에서 재의 요구를 하도록 권고하면 구의회에서 재산세율 인하 폭을 20∼30% 수준으로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의 재산세 인상안에 따르면 강남구 주민들은 올해부터 이전보다 재산세를 4∼5배 더 내야 하지만 강남구의회의 조례가 그대로 채택되면 인상폭은 1∼2배로 줄어든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들은 강남구의 재산세율 인하 조례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재산세율 조정 토론회를 가졌던 서초구 관계자는 “합리적인 선에서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관내에 아직 기준시가가 없는 공동주택이 2만2000여 가구나 되는 만큼 행자부의 지침이 마련되면 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뒤 세율을 정할 계획이다.

다른 자치구들도 정부의 재산세 인상안이 6월 1일부터 적용되는 만큼 구민의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까지 합리적인 재산세율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노원구의 경우 재산세가 평균 18%밖에 오르지 않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행자부는 이번 조례에 대해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재의를 요구하도록 권고하는 협조공문을 4일 서울시에 보냈다.

행자부 권오룡(權五龍)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강남구의 재산세 관련 조례는 심히 부당하다”며 “자치단체에서 정부의 과세안을 거부할 경우 과세 형평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지역 불균형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자부 김대영(金大榮) 지방세제국장은 “지방세법이 조례를 통해 각 자치단체가 재산세율을 50%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현행 제도 하에서는 정부가 강남구 조례를 취소하거나 약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행자부는 자치단체장의 세율 조정권을 줄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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