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장까지 비리의혹에 휘말려서야

  • 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53분


군(軍) 비리가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어제 국방부는 현역 육군대장이 1000만∼2000만원의 공금을 전용한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죄질(罪質)의 경중(輕重)과 액수의 다과(多寡)를 떠나 대한민국 군의 최고 계급인 대장이 비리 혐의로 군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조사 경위를 밝힐 정도라면 문제가 된 육군대장의 잘못은 덮고 넘어갈 수준이 아닐 것이다. 사법처리 대상이 되거나 불명예스럽게 전역할 가능성도 있다. 별 네 개를 어깨에 단 최고 지휘관이 명예와 자부심을 어디에 버리고 비리 의혹에 휘말린단 말인가.

육군대장의 잘못은 개인의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 군 전체에 필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비리에 물든 지휘부는 휘하 장병들에게 깨끗한 처신을 요구하기 어렵다. 군 내부에서 비리 척결을 다짐하는 수뇌부에 대해 냉소가 생기는 것은 물론 국민의 불신 또한 커진다. 군의 비리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군을 겨냥하게 된다. 군이 부패집단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면 피땀 어린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예산을 국방비로 더 써야 한다고 나설 국민은 없을 것이다.

군 비리는 일회성 단발성이 아니어서 더욱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낙하산 군납비리, 특전사 부대 배치 비리에 이어 육군대장 비리 의혹까지 불거졌으니 군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회 각 분야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군만 계속 과거의 늪에 빠져 있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정부가 군 비리 척결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번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처리를 해야 한다. 비리로 군이 입은 상처를 치유할 책임은 군 스스로에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