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여사 학력관련 ‘신강균의…’…MBC 自社 프로서 되레 극찬

  • 입력 2004년 4월 4일 18시 44분


보수단체의 탄핵찬성 집회에서 나온 대통령 영부인 학력관련 발언을 편집 방영해 물의를 일으킨 MBC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을 MBC가 자사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두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강균…’은 2일 밤 이 보수단체의 집회 장면을 촬영한 편집본과 원본을 모두 방영해 당시 집회의 사회자 송모씨의 영부인 관련 발언이 편집본에서 앞뒤가 잘려 나가 송씨가 원래 말하려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원본 테이프에 따르면 송씨는 대통령이 TV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말을 듣고 전 대우건설 사장이 자살했다며 다음과 같이 가정법으로 이야기했다.

“자, 만약에 방송에서 제가 이렇게 외칩니다. 여러분,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이 있습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권양숙 여사가….”

그러나 ‘신강균…’은 지난달 26일 밤 방영한 편집본에서는 앞뒤 말을 자른 뒤 송씨가 “여러분,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이 있습니까”라고 말한 것처럼 보도했다.

‘신강균…’은 2일 밤 취재 테이프 원본을 방영한 뒤에도 당초 편집본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의 윤능호 기자는 2일 방송에서 “우리 카메라 기자가 송씨의 발언을 5분58초 촬영했는데 이 가운데 당시 집회의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되는 30초를 편집해 방송했다”며 “당시 송씨는 거친 말을 할 만큼 해놓고 ‘만일에 이렇게 말하면 되겠습니까’하는 식으로 특정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집회 분위기를 유도했다는 것이 우리들의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다음날인 3일 낮 12시에 방송된 MBC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속의 TV’에서도 ‘신강균…’의 편집 방송에 대해 한 마디 언급 없이 오히려 “수용자 위주의 심층적 보도로 TV 뉴스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신강균…’을 극찬했다.

또 ‘TV 속의 TV’는 총선을 앞두고 MBC가 편파적으로 보도한다는 주위의 비판을 의식해 “선거보도 심의기관에서 기계적 중립성만 강요해 무리한 법 적용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객관적 중립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등 자사 입장을 항변하는 내용을 되풀이했다.

시청자 박종한씨는 MBC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자사 방송이 공정성 논란에 싸여 있다면 최소한 중립적 입장에서 시청자 의견을 소개해야 할 텐데 ‘신강균…’에 대해 칭찬 일변도로 방송한 것은 정말 어이가 없다. 제발 이 프로(TV 속의 TV)만이라도 중립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