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자금 논란]姜의원 “YS 배신했다고 보지말아달라”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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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등산으로 화병을 다스리고 있다.”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은 6일 ‘안풍’사건 재판에서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940억원을 나에게 직접 주었다”고 진술한 직후 기자와 따로 만나 최근 심경을 힘겨운 표정으로 털어놨다.

강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YS맨’. 동교동계로 12대 총선에서 최연소(32세) 당선된 강 의원은 YS쪽으로 옮겨 5선의 중진으로 성장했다. 그 이후 YS로부터 43세 때 최연소 여당(신한국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돼 15대 총선 승리를 이끌어 ‘리틀 YS’로 불리기도 했다.

강 의원은 안풍 사건이 발생하자 YS의 결백을 주장하며 정계를 떠났다. 그러나 이 문제로 수차례 법정에 서는 동안 YS가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강 의원은 YS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기자에게 “3년 재판과정에서 번민을 많이 했으나 결국 공인으로서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입장변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 몸무게가 6kg이나 빠졌다”면서 “자살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보통 힘든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평소 자녀들에게 ‘세상을 떳떳이 살아라’고 말해왔는데 자신이 자녀들 앞에서 국고횡령 혐의자란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된 상황을 참을 수 없어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YS와의 관계에 대해선 민감했다. 강 의원은 기자에게 “내가 배신했다고 보지 말아달라”며 “정치적 신의와 인간적 의리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지났다. 국민들이 용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의 이날 ‘법정 고백’은 지난달 16일 2심 재판 때부터 분위기가 감지됐다. 당시 법정에 선 강 의원은 “진실 공개를 고민하고 있다.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설 연휴엔 지역구(경남 마산 회원) 당직자들로부터도 “이번엔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왔다고 한다.

한 측근은 “강 의원은 오늘 아침까지도 진술번복에 대한 결정을 하지 못했다”며 “법정에 들어서기 직전에서야 진실을 얘기해야겠다고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부인은 이날 아침 서울 양천구 목동 집을 나서는 강 의원에게 “결혼할 때의 그 믿음과 마음에 변함이 없다. 당신을 믿는다”고 격려했고, 재판 후 강 의원은 곧바로 고향인 마산으로 내려갔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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