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소장파, "민주당과 연대하자"

  • 입력 2004년 2월 4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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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과 당 주변에서 “총선을 전후로 민주당과 연대해 진정한 보수층을 대변하는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의 소장파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 소속 남경필 의원은 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세력연대를 많이 생각하고,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다만, 마치 부패세력을 합친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총선을 통해 두 당이 물갈이되고 환골탈퇴한 뒤에나 가능한 일”이라면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갖고 당대당 통합이 아닌 개혁적 보수세력 연합체를 만들어 흔들리는 국가를 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보수를 독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부패정당으로 낙인찍혀 보수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면서 “이대로는 안되고 총선이 끝난 뒤 영호남을 아우르는 깨끗한 보수대연합을 만드는 문제를 공론화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경우 한나라당의 DJ에 대한 시각 변화와 역사적 재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원희룡 의원도 3일 “당 간판을 내리고 총선 후에 보수 진영이 전면적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이날 미래연대 주최 ‘언론인 초청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당내는 물론 보수진영 내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가 물갈이를 위한 시발점은 되겠지만 그렇다고 국가라는 방향타를 탈환할 수 있겠냐. 보수 세력의 전면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3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의 역사인식 부족과 정체성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타가 쏟아져 관심을 끌었다.

발제자로 참석한 MBC 이인용 기자는 “한나라당은 정권교체를 당한 의미를 깨달아 스스로 깨끗해지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어야 하나 그러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보수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김두우 논설위원도 “한나라당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도덕성을 재무장해 다시 태어나지 못할 바엔 해산되는게 낫다” 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은 “한나라당은 이라크 파병, 한-칠레FTA, 청년실업, NEIS 등 많은 정책적 문제에서 어느 것 하나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번에 공천 물갈이에서도 실패했다”면서 “이래서 당에 마지막 기대를 걸려고 했던 사람들조차 지지를 포기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어 “영호남간의 대립과 대결이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라고 지적한 뒤 “호남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양심세력과 영남 중심의 민주화 세력이 대동단결하면 국가적 정치 중심을 크게 만들 수 있지 않냐”고 제안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남경필 의원은 “총선이 끝난 뒤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에 대변혁이 있을 것”이라면서 “보수 세력이 변화에 떠밀려 갈 것인지, 이끌어 갈 것인지는 보수 연대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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