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前외교, 서울大교수론 드물게 盧캠프 활동

  • 입력 2004년 1월 15일 18시 53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 신년 내외신기자회견에서 “이 고비만 참고 넘기면 지난 수십년간 끊어내지 못했던 정치와 권력, 언론, 재계간의 특권적 유착구조가 완전히 해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재계-언론권력의 유착구조 차단과 권력의 분산화라는 노 대통령의 소신은 그가 15일 경질한 윤영관(尹永寬)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저서 ‘21세기 한국 정치경제모델’의 핵심적 뼈대에 해당한다.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석에서 윤 전 장관의 저서를 여러 차례 극찬했고, 주위사람들에게도 필독을 권유하기도 했다. 저자인 윤 전 장관에 대한 신뢰도 그만큼 컸다. 2002년 11월 정몽준(鄭夢準) 국민통합21 대표와의 후보단일화 토론 때의 일이다. 정 대표가 서울대 교수를 거명하며 노 후보의 논리를 반박하자 노 후보는 “저를 지지하는 서울대 교수도 있습니다”라고 대응했다. 윤 전 장관을 암묵적으로 지칭한 것이었다.

당시 윤 전 장관은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교수로는 유일하게 노 후보의 정책 자문을 맡았고 대선 이후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로 임명돼 노 대통령의 핵심 외교정책 참모로 부상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서먹해진 결정적인 계기는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 과정이었다.

윤 전 장관은 파병을 향후 대북정책에서 미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현실적 ‘투자’의 개념으로 파악한 반면 노 대통령은 ‘자주 외교’를 강조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파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노 대통령은 “나도 민족의 장래를 생각한다”고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은 자신이 제시한 파병안이 수용되지 않자 이날 밤 직원들과 못 먹는 술까지 마셨다.

외교부 대미라인에 대한 시각에서도 두 사람은 엇갈렸다. 특히 위성락(魏聖洛) 북미국장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교체를 요구했으나 윤 전 장관은 “위 국장만큼 자주외교를 할 만한 사람은 외교부에서 드물다”고 맞섰다.

결국 노 대통령은 “이 양반이 외교장관으로 가더니 미국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데만 어찌나 역점을 두는지, 그 사람 그게 아닌데…”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또 언론사 편집국장과의 만찬석상에서는 “그 사람,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싸움닭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철학과 관점의 차이는 끝내 결별로 이어졌다. 한 국제정치학자는 “노무현 정부 외교 라인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믿었던 윤 전 장관이 낙마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3월부터 서울대 복귀▼

15일 사임한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은 3월 서울대로 돌아갈 예정이다.

서울대 김인준(金仁埈) 사회대 학장은 15일 “윤 전 장관측으로부터 사표가 수리되면 서울대에 바로 복직원을 제출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일하다 지난해 2월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서울대에 2년간 휴직원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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