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문인모임 '보리회' 소속 이문열·김주영씨 엇갈린 행보

  • 입력 2004년 1월 1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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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후배인 (이)문열이가 한나라당 공천을 심사하고, 내가 열린우리당 심사위원이라 해서 거부감이나 반감을 가질 이유가 뭐 있습니까. 문열이도 그럴 겁니다. 이때까지 문열이나 나나 생각하는 게 100% 같이 맞아 들어가곤 했으니까요.”(소설가 김주영씨·65)

우리당 공천심사에 참여하는 김씨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은 소설가 이문열씨(56)는 ‘형님 동생’하는 동향(同鄕)의 문단 지기(知己). 김씨와 이씨의 고향은 각각 경북 청송군과 영양군이지만 실제로는 산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마을이다.

“주영이 형과는 가깝게 지내지요. 돌아가신 제 형님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어요. 겨우 20리 떨어진 이웃동네니까 ‘내 또래 누구 있다’ 정도는 잘 알잖아요.”(이씨)

두 사람은 대구 경북 출신의 문인 및 출판인 모임인 ‘보리회’ 회원이다. 1986년 만들어진 이 모임에서 김씨는 1991년 제2대 회장을 지낸 뒤 현재 고문으로 있고, 이씨는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보리회’에는 소설가 김원일 김원우씨 형제를 비롯해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소설가 김준성(이수그룹 명예회장) 이인화씨, 시인 정호승씨, 문학평론가 김화영 하응백씨, ‘문이당’ 임성규 대표, ‘아침나라’ 황근식 대표 등 70여명이 포함돼 있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소설가 김준성씨나 참여정부에 입각한 이 장관이 있지만 회원들이 본격적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한 것은 드문 일. 구(舊)여권의 핵심지역을 고향으로 둔 ‘보리회’ 회원들은 두 사람의 ‘선택’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주영 이문열씨와 동년배인 김원일씨(62)는 “이문열씨는 (한나라당과) 딱 맞는데, 김주영씨는 보수적인 성향이라 우리당 제의를 받아들인 게 다소 의외였다”며 “둘 다 정치 참여를 안 하겠다고 했지만 공천심사 자체가 정치 아닌가. 작가는 현실적 모순을 글로 쓰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 세대인 하응백씨(43)는 “각자 자기 성향대로 소신 있게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며 “작가로 쌓은 연륜을 바탕으로 일을 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년 2, 3회 친목 모임을 가져온 ‘보리회’는 공동 작품집으로 ‘젊은 날의 일기’(1990) 등을 발간했고 2000년에는 ‘문인 귀향 세미나-경주의 문인, 동리와 목월을 찾아서’를 개최했다. 2001년에는 문화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후원으로 ‘고향사람들과 만나는 나의 문학, 우리 문학’ 행사를 대구에서 열기도 했다.

‘보리회’ 정소성 회장(60·소설가·단국대 교수)은 “글 쓰는 사람에게 고향은 글의 소재가 되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모임의 존재 의의도 바로 여기에 있다”며 “문단의 지역주의가 아니라 작가들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차원에서 더불어 고향을 기억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문단에는 ‘보리회’ 외에 1991년 결성된 강원 영동지역 작가들의 모임 ‘감자회’가 있다. 강원 양양군 출신 소설가 이경자씨를 회장으로 소설가 서영은 윤후명 이순원 최성각 심상대 김별아씨 등이 1년에 한두 차례 모인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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