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 권력분점 빅딜 가능할까

  • 입력 2003년 12월 26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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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내년 총선 이후 일부 각료의 실질적 제청권을 갖는 책임총리제와 함께 도농복합선거구제의 도입을 야권에 제안한 것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구도를 타파하기 위한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지역구도 타파’를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여권은 현 제도대로 총선을 치를 경우 지역할거구도의 재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그동안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하는 데 부심해 왔다.

그러나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 3당의 동의 없는 선거구제의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 인식 때문에 결국 ‘대통령 권한의 일부 양보’라는 카드까지 내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당선 이후 여러 차례 지역 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구제 도입을 전제로 ‘분권형 책임총리’ 자리를 총선 후 야당에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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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측의 책임총리제 관련 발언

물론 이 제안에는 다른 정당에 비해 지역기반이 취약한 데 따른 위기의식도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영남과 호남, 충청 등 어느 지역에서도 뚜렷하게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정치개혁’과 ‘새판 짜기’를 위한 일정 부분의 자기희생이 불가피한 셈이다.

여권 핵심부는 책임총리제의 모델로 98년 출범했던 ‘DJP 공동정권’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조각 과정에서 상당수의 각료 인선권을 김종필(金鍾泌) 총리에게 부여한 바 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오죽하면 우리가 대통령의 권한까지 떼어 줄 생각을 했겠느냐”며 도농복합선거구제 등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여권은 이미 이 같은 그랜드 플랜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측에도 설명하면서 필요할 경우 ‘노 대통령의 각서’도 제공할 수 있음을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여권의 제안을 선뜻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책임총리보다는 노 대통령의 임기 중, 특히 총선 전 분권형 개헌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내에 도농복합선거구제에 찬성하는 의원이 30∼40% 정도에 이르고 민주당 내에도 상당수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점에 여권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한나라당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는 것은 여권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여권은 찬성당론이 불가능하다면 야당이 크로스 보팅(자유투표)만 보장해 줘도 책임총리의 추천권을 부여하겠다는 복안이다.

아무튼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선거구 재조정 시한(12월 31일)이 임박한 가운데 나온 이 제안의 현실화 여부는 야 3당의 득실 계산이 끝난 뒤에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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