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장…총선출마용 ‘유령감투’ 판친다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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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위원 등 직함만 12개
회장-위원 등 직함만 12개
‘○○연구소 소장, △△포럼 대표, XX시민모임 대표….’

내년 4·15총선을 겨냥해 최근 급조된 단체의 유령감투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같은 단체는 회원이 거의 없거나 활동 실적도 없어 출마 예정자의 경력을 부풀리기 위해 만들어진 ‘위장 총선조직’이기 일쑤다.

충청 '행정수도○○' 난무

▽단체 급조=대구에서 출마할 예정인 A씨는 8월 자신의 집 근처에 ‘○○미래연구소’를 개설한 뒤 소장으로 취임했다. 지역의 미래를 연구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이 연구소에는 연구원이 한 명도 없고 세미나 등 연구 활동도 전무하다. A씨는 9월 “지역정치를 개혁하겠다”며 ‘○○포럼’도 결성했다.

경남 서부지역에서 출마할 예정인 B씨는 20일 지지자와 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연구소’를 열고 소장으로 취임했다.

울산지역에서는 최근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 나선 C씨가 ‘○○미래포럼’을, 같은 당 D씨가 ‘○○연구소’를, 열린우리당 E씨가 ‘○○미래연구소’를 여는 등 한 달 동안 선거를 겨냥한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출마 예정자 F씨(46)는 “지역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일시적이나마 ‘포럼’이나 ‘연구소’를 설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령 직함=행정수도 건설이 핫이슈로 떠오른 충청권에서는 최근 ‘행정수도 건설’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포럼과 위원회, 연구소 등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신행정수도추진위원회 조직위원장’ ‘집행위원장’ ‘조직위원’ 등 정체도 없는 직함이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관계자는 “행정 건설과 관련한 조직은 기획단, 지원단, 자문위원회, 지역분과위원회가 전부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에서 출마할 예정인 G씨는 각종 모임의 회장직과 회원, 위원 직함만 12개에 이른다. 또 부산진구에서 출마할 예정인 H씨도 자신이 직접 만들어 대표로 취임한 모임만 6개나 되지만 이들 모임의 활동 실적은 거의 없다.

경남 중부지역에서 출마하려는 I씨는 5월 ‘○○발전연구소’를 개설하는 등 최근까지 7개 단체의 회장, 자문위원직을 잇따라 맡았으며 충남 천안에서 출마할 예정인 J씨도 최근 ‘○○발전연구소’를 만들어 소장으로 취임했다.

이종수씨(41·대전 서구 둔산동·자영업)는 “명함에 들어 있는 ‘감투’나 직함이 유권자들을 현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마치 사기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상 정치 신인들이 법정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선거 관련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연구소 등 단체를 선거에 활용하는 것은 단속 대상”이라며 “유권자들이 출마 예정자들의 이모저모를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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