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우리당' 놓고 정치권 신경전…네티즌 의견 분분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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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이 신당의 당명을 '열린 우리당(약칭 우리당)'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 정치권과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당명"이라며 당명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우리당은 "다른 당 이름까지 사사건건 간섭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한나라당 박 진(朴 振)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오랜 공동체 역사속에 '동질성'과 '연대성'을 강조하며 많이 사용하는 일상어휘를 당명으로 독점해 쓰겠다니 제 정신이냐"며 "노무현 신당은 국민의 일상용어까지 정치적으로 왜곡해 이용하려는 철부지 같은 발상을 철회하고 즉각 자신들의 정체성에 걸맞은 당명을 제대로 만들어 다시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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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약칭이 '열린당'이 아닌 '우리당'이란 것도 말도 안된다"며 "편향적 코드정치를 추구하는 '따로당'이 국민으로 하여금 우리라는 말까지도 정치화해 마음놓고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횡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도 "모두가 공유하는 '우리'라는 단어를 특정정당의 전유물로 사용할 수 없고, 더욱이 정치에서는 이 당, 저 당 구분을 명확히 해야 논점도 분명해진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남의 당'을 '우리당'으로 불러야 하고,방송기자들도 모두 '우리당 당원'이 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유 대변인은 "나아가 이 당명을 그대로 부르다 보면 모든 국민이 본의와 달리 당원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며 "공자는 올바른 정치는 정명(正名:올바른 이름)에서출발한다고 한 만큼 신당은 당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신당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받은 600여건의 응모작 가운데 '열린 우리당'은 없었으며 여러 응모작을 조합하면서 '열린 우리당'이 채택됐다고 하는데, 이는 '열린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열린 우리당'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더욱 다양했다.

23일 동아닷컴에 글을 올린 'jc2459'는 "차라리 '열라 우려당'이 맞는 표현일 것"이라며 신당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 생각을 빗대어 당명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cowgirl588'은 "우리가 열렸으니 고삐 풀린 동물들이 날뛰는구나"라고 가축우리를 연상시키면서 비꼬았으며, 'sjtc5'는 "당명이 그리 급한가. 수많은 실직자들의 소주병 깨는 소리가 안들리는가. 차라리 '울린 우리당'으로 하라"고 비판했다.

또 오마이뉴스 게시판에 글을 올린 '아침마당'은 "유치원 반이름 정하는 것도 아니고, 당이 좋고 싫고를 떠나서 부끄럽다"면서 "유치하기는 차라리 제일제당이나 불한당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고 혹평했다.

반면 임근재씨는 "참 좋은 이름을 정했다"며 "시대적 요청을 당명에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스스로를 창당발기인이라고 밝힌 '6.10'도 "순 우리말이라서 좋다"며 "부르기도 쉽고 기억에도 잘 남는 신선하고 참신한 당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이평수(李枰秀) 공보실장은 "'우리당' 당명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분출된 국민참여 열기와 지역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통합의 절실함을 담았다"며 "열린 우리당은 이번 '우리당' 당명에 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견해와 국민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을 깨끗한 정치,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원기 우리당 창당주비위원장은 23일 "우리당이라고 하면 다른 당은 어쩌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들이 정말 우리당이라고 생각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이자 통합신당 때부터 강조해 온 국민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이자리에 동석한 정동영 의원은 "우리가 우리당인 만큼 다른 당은 이제 저희당으로 불러야 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건일 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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