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날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SK 비자금수수의혹에 대한 ‘선(先) 진상규명’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데다 민주당은 재신임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며 ‘선(先) 국회공론화 절차’를 주장하고 나서 국민투표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현행 국민투표법에 재신임 문제에 관한 절차규정이 없기 때문에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 대통령이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독자적으로 국민투표를 강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국민투표 실시를 연기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재신임 방법은 국민투표가 옳다고 생각하며, 시기는 12월 15일 전후가 좋겠다”면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현행법으로도 국가안위에 관한 상황을 좀 더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불신임이 됐을 경우 다음 대통령선거는 내년 4월 15일 총선과 함께 치르는 게 적당하다”면서 “12월 15일에 재신임 투표를 하고, 한두 달 동안 각 당이 대통령 후보를 준비하고 내년 2월 15일경 대통령직을 사임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인 4월 15일 총선과 동시에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재신임 국민투표 시기는 12월 15일이든 아니든 상관없지만 (국민투표에 앞서) 최 전 비서관 사건의 전모가 명백히 밝혀져야 하고, 대통령이 끝까지 입을 다물거나 검찰 수사가 미진할 때는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조건부 수용론을 펼 예정이다.
최 대표는 또 “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국민투표의 위헌 소지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는데 그렇다면 정치적 합의가 없다면 사실상 위헌이고 국민투표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정치적 합의 우선론’을 제기할는 주장을 펼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진퇴 사항에 대한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는 게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라고 전제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개헌도 필요한 만큼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합신당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노 대통령의 제안을 전폭 지지하면서 재신임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3당 원내교섭단체 회동을 제안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재신임에 어떤 정책을 결부하지 않고, 그냥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게 좋겠다”면서 “재신임 결정이 어떻게 나든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할 것이고, 국민이 재신임해 주면 12월에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 국정쇄신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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