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法的 절차는]'국가안위' 문제 국민투표 가능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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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국민투표에 대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安危)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72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가 이 규정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묻겠다고 한 ‘재신임’은 우리나라 헌법상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축적된 여러 가지 국민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며 “국민투표를 생각했으나 안보상 제한이란 조건이 있어 적절할지 모르겠다”고 밝혀 국민투표 사유에 해당 되지 않음을 내비쳤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측근 비리 등으로 불신 받은 것은 바로 ‘국가안위’와 관련된 문제로 국민투표 사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거취가 국가안위의 중요 정책이 될 수 있다며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심각한 우려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될 수 있다”며 “재신임을 국민투표로 묻는 것은 헌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신임의 절차나 방식에 대한 하위 법률도 존재하지 않고, 설령 국민투표 등 어떤 방식을 통해 “용퇴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와도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재신임 투표가 여론을 호도해 권력자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지봉(林智奉) 건국대 법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독재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국민투표제를 재신임 투표로 악용한 사례가 많다”며 “국민투표 전까지 집권자가 얼마든지 권력을 이용해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두형(陶斗亨)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도 “노 대통령이 재신임에 대한 구체적 절차나 방식은 말하지 않고 국민에게 막연하게 ‘재신임이 안 되면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것은 결국 여론무마를 위한 정치적 행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재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국민투표법 49조에 따라 국민투표일 18일 전까지 국민투표일과 국민투표안을 동시에 공고하면 된다. 국민투표 결과 불신임이 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행해 국정을 운영하며 궐위가 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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