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재신임 묻겠다"]“나라혼란…재신임 받으려면 빨리하라”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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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가전제품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훈구기자
10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가전제품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훈구기자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발언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취임 8개월 만에 측근들의 각종 의혹과 국정 혼란의 책임을 지고 재신임을 받겠다고 한 것 자체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다 재신임을 위한 공론과정이 또 다른 국정혼란과 경제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따라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왕 재신임 절차를 밟는다면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그 방법과 절차를 신속히 결정하고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격과 당혹=참여연대는 10일 “재신임 발언은 신중하지 못하며 향후 재신임 방식과 시기를 둘러싸고 정쟁에 휘말려 국정혼란만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논평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김석준(金錫俊) 공동대표는 “국민의 선택 여지를 줄이는 도발적이고 무책임한 전략”이라며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재신임이라는 새 이슈가 나오는 것은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되고, 문제 해결에 전혀 공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주부 이효숙씨(39·서울 종로구 동숭동)는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인데 굳이 이 시점에서 ‘재신임’을 거론했어야 했나”라고 묻고 “깨끗한 정치라는 명분도 좋지만, 지금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행자부의 한 서기관은 “사실상의 대통령선거를 다시 한번 치르겠다는 것인데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능력이 부족해서 스스로 물러날 게 아니라면 5년간 책임지고 국정을 수행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비판했다.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대형 악재”라며 “국내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가 노사관계와 북핵 등의 불확실성 때문인데 엄청난 불확실성이 하나 더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현재 최도술씨에 대한 수사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를 하는 것이 최선이지 정치적 처신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 위기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출신지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박영재(朴榮在·48) 진영번영회장은 “대통령이 정면 돌파를 결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임기 보장을 전제로 국민이 직접 뽑았고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많은 시기인 만큼 대통령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광주 남구 풍암동 정찬영씨(42)는 “지역민들은 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하며 재신임을 통해 각종 의혹이 해소되고 국민통합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려면 빨리 하라=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재신임의 방법과 시기 등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정국이 더욱 혼란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재신임의 방법과 시기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河勝彰) 사무처장은 “일단 재신임을 천명했으면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시기와 방법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남대 역사문화학과 신일섭(申一燮) 교수는 “노대통령이 자신과 연관된 각종 의혹을 규명하고 불안한 국정을 하루빨리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에서 재신임 발언을 한 것 같다”며 “재신임을 천명한 만큼 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혀 또 다른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이동우(李東佑·46·경기 성남시 분당구 내정동)씨는 “재신임을 할 거면 총선 전이라는 막연한 시점이 아니라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라크 파병 문제, 신당 문제 등에서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상황인데 재신임 문제까지 모호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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