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新黨 정체성 논란]내년 총선전략 윤곽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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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 대표(오른쪽)가 8일 상임고문 및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전국 주요지역 동시 전당대회 등 당 사태 해결안을 제시한 뒤 참석자의 의견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 정대철 대표(오른쪽)가 8일 상임고문 및 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전국 주요지역 동시 전당대회 등 당 사태 해결안을 제시한 뒤 참석자의 의견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의 분당(分黨)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신당파와 당사수파의 내년 총선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신당파 의원들은 신당의 이념과 노선을 한마디로 ‘생각은 DJ(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행동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이념 정책은 대체로 김대중 정부를 계승하되 정치행태와 정당운용은 노 대통령의 방식을 따른다는 얘기다.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8일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당이었지만 지역주의와 기득권을 지키는 데 연연하는 낡은 정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신당은 3김 시대의 정당구조와 행동양식에서 완전히 탈피, 정치개혁과 탈지역주의 등 노무현 시대에 국민이 요구하는 행동 준칙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이념 정책만으로 보면 민주당의 정강 정책만큼 진보 개혁적인 것도 없고 거기서 더 나갈 것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실행하는 민주당의 행동양식은 구태의연하다. 지역주의 보스 정치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당파들은 최근 당무회의 폭력사태도 이 같은 ‘낡은 정치’의 실상을 부각시켜 신당을 가속화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한다.

신당파들이 이처럼 ‘머리는 DJ, 손발은 노무현’을 강조하는 이유는 내년 총선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호남표를 비롯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하는 동시에 영남권과 20, 30대의 ‘변화 심리’를 자극하려는 ‘두 마리 토끼 잡기’인 셈이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 사수파들의 총선 전략은 ‘배신자론’과 ‘진보실험론’에 기초하고 있다.

‘배신자론’은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지역주의 극복을 명분으로 결정적 지지를 보낸 덕분에 집권한 노 대통령과 친노(親盧) 신당파들이 권력 유지와 확대를 위해 호남을 철저히 버렸다는 논리다. 사수파 의원들이 최근 “호남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보실험론’은 신당이 급진 개혁 노선을 걷고 있어 사회적 갈등과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당 사수파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당이 결국 진보세력의 실험정당임을 상기시킨 뒤 “국민들은 결코 분열과 불안의 정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는 또 “신당추진은 한국 정치사상 가장 추악하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 신당이 모당(母黨)에 신당주비위를 만들어놓고, 당을 상처내고 나가는 법이 있었더냐”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중량급 인사 영입경쟁▼

국민통합 신당(가칭) 김원기 주비위원장(가운데)이 8일 국회에서 신당 창당 일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경제기자

민주당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신당파와 당 사수파는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 진영 모두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는 개혁적 인사보다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안정적 인물을 선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 사수파, “탈당파의 공백을 경륜으로 채운다”=비주류측에선 2000년 총선 때 영입 작업을 총괄했던 정균환(鄭均桓) 총무와 유용태(劉容泰) 의원 등이 당시 영입 대상 명단 8000여명을 토대로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측은 진념(陳稔) 전윤철(田允喆) 전 경제부총리,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 등 전직 고위 관료를 대거 영입해 ‘민주당은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란 점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주류측은 신당파 핵심인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지역구(서울 관악을)에서 표밭을 갈고 있는 유종필(柳鍾珌) 전 노무현 후보 공보특보를 원외 대변인으로 ‘깜짝’ 발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도파의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예를 들어 신당이 배우 문성근, 영화감독 이창동(문화관광부 장관) 같은 인물을 내세운다면, 민주당은 배우 유인촌, 감독 임권택 같은 분들을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파, “깜짝 놀랄 인물들 많다”=신당파는 좋은 인물 영입을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까지 가동 중이다.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5000여명의 영입 대상 리스트를 가지고 선별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신당창당주비위측은 10월 창당 발기인 대회에 앞서 핵심적 영입 인사의 명단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비위 위원장인 김원기(金元基) 고문은 8일 기자회견에서 “신당은 원내정책정당을 지향하는 만큼 전문가 그룹을 수혈하기 위한 당내 연구재단도 마련할 것”이라며 “합리적 보수 인사들도 영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당=진보정당’이란 당내 비주류의 이념 공격을 ‘안정감 있는 외부 인사의 영입’을 통해 불식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이상수(李相洙) 의원은 “정보기술(IT) 전문가, 법조인, 언론계 인사 등 30여명은 이미 내부 영입 검토를 마친 상태”라며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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