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6자회담]北-美 “판은 깨지 말아야” 공감대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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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베이징 6자회담 전체회의에 앞서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미국 일본의 3자 협의가 끝난 뒤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 등 한국 대표단이 탑승한 차량이 미 대사관을 빠져나오고 있다. -베이징=연합
28일 오전 베이징 6자회담 전체회의에 앞서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미국 일본의 3자 협의가 끝난 뒤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 등 한국 대표단이 탑승한 차량이 미 대사관을 빠져나오고 있다. -베이징=연합
29일 폐막되는 베이징(北京) 6자회담의 성패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북한 핵문제와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 문제에 관해 과연 입장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북-미는 회담 이틀째인 28일에도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며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어느 정도 상대에게 관철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한편 회담이 깨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접점을 모색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은 일단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체제보장 요구에 대해선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체제의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정일(金正日) 체제에 대한 확실한 보장과 북-미 수교, 대북지원 문제 등 북한의 희망사항을 사실상 외면한 것이다.

이에 북한도 미국의 핵 폐기 선언 요구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포기해야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종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자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회담 참여국들의 중재 노력이 활발히 전개됐다. 북-미가 끝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회담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마무리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회담의 기류는 북-미의 입장차를 강조하는 대신 북-미가 앞으로 대화를 지속한다는 모양새를 취하는 쪽으로 점차 흘렀다. 어차피 양국이 첫 회담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북핵 문제에 관한 인식 차를 단번에 좁힐 수 없을 바에야 6자회담이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는 장기 레이스라는 점을 인식, 이번엔 북-미 양측이 상호 입장과 요구사항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기회로 삼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단 6자회담 자체가 유익하다는 데는 참가국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북-미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더라도 서로 등을 돌리고 대결로 치닫는 파국은 최소한 당분간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틀에 걸친 6자회담의 움직임을 종합해볼 때 당장 북핵 문제 해결의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핵문제 해결의 기본 원칙과 차기 회담의 일정 정도에 관해선 참가국들이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양국은 이번 회담을 탐색전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어느 쪽도 섣부른 양보를 하지 않은 채 차기 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협상을 모색하려 들 개연성이 크다.

베이징=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韓-美-日 회담시작前 입장조율▼

6자회담 폐막을 하루 앞둔 28일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전체회의와 개별접촉을 잇달아 갖고 각국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막판 노력을 집중했다.

○…참가국들은 28일 전체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개별접촉을 통해 각국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중국이 제안한 공동선언문 초안을 다듬기 위한 이견절충 작업을 진행했다.

한미일 3국은 이날 오전 8시반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만나 전날 각국의 기조연설에 대한 평가 및 의견교환 작업을 가졌다.

특히 3국은 공동선언에 포함될 내용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고, 전체회의 및 개별접촉시 각국이 취할 입장에 대해서도 사전협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표단은 북핵 문제보다는 납북자 문제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첫날 전체회의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제기한 일본 대표단은 둘째 날 전체회의를 전후로 20분씩 진행된 두 차례의 북-일 양자접촉에서 핵 폐기와 함께 납북자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는 납치 피해자 가족 5명의 일본 귀국 및 북한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다른 납북자 10명에 대한 자세한 자료제공과 진실규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한측은 일본에 보낸 납북자 5명을 일본정부가 돌려보내기로 해놓고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는 종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남북은 27일 오후 9시경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양자접촉을 갖고 회담의 성사를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만찬을 주최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의 주선으로 약 30여분간 진행된 남북 1차 접촉에는 남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위성락(魏聖洛) 북미국장이, 북측에서는 김영일 수석대표(외무성 부상)와 이근 외무성 부국장이 각각 참석했다.

북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국측 기조발언 중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우리 대표단에게 문의했고 우리 대표가 그 배경을 설명하자 감사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일 대표는 이와 함께 “남측의 기조연설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담겨 있는 것을 잘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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