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 검찰관 혼란스럽다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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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전남 광양에서 한 발언은 검찰을 위축시키고 사법부의 권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누구로부터도 감독받지 않는 검찰을 지속적으로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감찰기능의 법무부 이관을 지칭한 것 같지만 검찰수사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감독받지 않는 검찰’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고 이번에도 “검찰에 대한 은밀한 지시 하나가 언제든 뒤집혀 사고가 되는 게 지금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굿모닝시티’ 비리와 ‘현대비자금’ 수사 등에서 정치 검찰의 오명을 씻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정권과 검찰의 관계가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구체적 설명 없이 ‘검찰을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하니 국민은 대통령의 뜻이 무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 비리에 대해 “별것도 아닌 문제로 조사를 받은 것이 현실”이라며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들 비리는 민심이 분노한 권력형 비리였다. 노 대통령 말대로라면 유죄판결을 확정한 대법원은 ‘별것도 아닌’ 수사를 추인했다는 뜻인가. 청와대 대변인은 “수사의 대상이 안 된다거나 수사해서는 안 될 걸 수사했다는 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천금같이 무거워야 할 대통령의 말이 매번 대변인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돼야 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만 하는지 답답하다.

김수환 추기경은 ‘노 대통령 특유의 소신’에 대해 언급하며 “그의 소신이 나라와 민족을 그릇된 길로 이끌어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소신이 아무리 확고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의 범위 안에서 나라와 민족을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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