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자살 충격]DJ “어떻게 이런 일이…” 눈물

  • 입력 2003년 8월 4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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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정몽헌 회장의 자살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 사건이 남북관계와 자신들의 입장에 미칠 영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건을 보고받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비통해 했다고 김한정(金漢正) 비서관이 전했다. DJ는 오전 내내 “매우 안타깝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DJ는 고인이 대북사업과 남북통일을 위해 헌신한 점을 높이 사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을 통해 이날 오전 10시50분에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애도의 뜻을 표시할 만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특히 정 회장의 죽음과 대북 비밀송금 특검과의 관련성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특검 수사에서 송금부문 결과를 볼 때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면서 “현재로선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날 노 대통령에게 사건을 보고한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도 “일단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는 공식적으로는 애도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정 회장의 타계는 우리 사회의 크나큰 손실”이라며 “그의 타계로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정부 당국에서도 만전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특검팀과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한나라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민족의 비전에 사법의 칼날을 들이댄 결과”라고 말했고,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논평에서 “냉전 수구세력이 만든 특검이 필연적으로 이런 결과를 빚게 되리란 걸 왜 몰랐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김경천(金敬天) 의원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특검 때문에 정 회장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의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충격적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특검을 주도한 만큼 당황해 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죽음이 현 정부와 연계되어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강공론도 적지 않았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무슨 말 못할 사연이 많았기에 목숨마저 끊어야 했는지 그 이유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남북한 위정자들이 유망한 한 기업인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밝혀내기 위해 특검 청문회 국정조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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