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검찰총장 국회출석 추진]화살돌려 ‘鄭파문’ 불끄기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46분


코멘트
민주당이 25일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추진이란 강수를 둔 것은 굿모닝게이트 연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정대철(鄭大哲)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식을 둘러싸고 당내에 팽배한 불만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도 “피의 사실을 함부로 흘리고 집권당 대표에게 매일 소환장을 보내다시피 하는 것은 정상적인 수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당내 의원들의 일치된 인식”이라며 정 대표에 대한 엄호론이 배경에 깔려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는 상황에 따른 편의적 변신이란 비판을 면키 어려울 듯하다. 민주당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한나라당의 검찰총장 국회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마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이 침해되고 검찰이 정치바람에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자주 요구해 온 한나라당이 정작 민주당의 입장 선회를 반기기는커녕 ‘꼼수’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성사 가능성도 높지 않은 형편이다.

이 총장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정 대표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9월, 또는 10월부터 검찰총장 출석제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검찰이 독립했으므로 그에 합당한 통제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법원의 새만금사업 중단 결정을 예로 들며 “당에서 1년 이상 검토하고 고심해온 국책사업을 아무 고민도 역사의식도 없이 결론을 내는 것은 사법의 정치화요, 법만능주의”라며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서도 개선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검찰총장 출석을 추진하는 데는 무엇보다 법적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법상 ‘본회의는 그 의결로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정부조직법상 ‘정부위원은 국무조정실장, 부처청의 처장 차관 청장 실장 국장 또는 부장 및 차관보와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의 본부장’으로 한다고 돼있다. 따라서 검찰총장도 ‘검찰청의 장(長)’인 만큼 현행법으로도 국회 출석이 가능하다는 게 이 총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법사위 소속 의원들 중에는 ‘청장’이 아닌 ‘검찰총장’은 출석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 않아 막상 검찰총장의 출석 문제가 가시화될 경우 상당한 법적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민주, 한나라당의 뒤바뀐 입장▼

―2001년 신승남 검찰총장 국회 출석 논란 당시

▽민주당 출석 반대

“총장 출석 요구는 검찰을 흔들어 무너뜨리려는 정략적 발상이다”(천정배 의원) “국회 증인 출석의 경우 구체적 안건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여야가 합의한 적이 없다”(함승희 의원·이상 11월 26일 국회 법사위)

“검찰총장 문제는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총장의 출석 불응에 한나라당이 탄핵안을 제기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이상수 당시 원내총무·12월 4일 기자간담회)

▽한나라당 출석 요구

“신 총장 동생의 이용호게이트 관련 부분 등 물어볼 것이 많은 데다 이용호게이트 등과 관련한 검찰의 태도에 대해 해명할 게 많은 만큼 신 총장의 출석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재오 당시 원내총무·11월 26일 기자간담회)

“검찰을 맡고 있는 책임자로서 국회에 나와 입장을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이주영 의원·11월 28일 국회 법사위)

―정대표 굿모닝시티 자금수수 사건 불거진 뒤

▽민주당 출석 요구

“여당 대표에 대해 확정도 안 된 혐의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된다.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이 불가피하다”(함승희 의원·7월 14일 기자들과 만나)

“9월 정기국회 때부터 검찰총장이 직접 국회에 나와 검찰행정 전반에 관해 보고하도록 하고 따질 것은 따지도록 제도화할 것이다”(이상수 사무총장·7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출석 반대

“검찰총장을 국회로 부르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검찰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배용수 부대변인·7월 15일 논평)

“수사에 부당한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또는 정략적으로 불순한 동기가 있을 때는 바람직하지 않다”(박진 대변인·7월 25일 기자간담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