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鄭대표 구하려 검찰압박 수사 방해하겠다는 의도”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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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검찰총장 국회 출석 추진 움직임에 대해 검사들은 “굿모닝시티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를 구하기 위해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여야 모두 검찰 수사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될 때마다 툭하면 들고 나오는 게 ‘검찰총장 국회 출석’ 아니냐”며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할 경우 수사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 감독권이 있는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게 되면 정치인 비리 등 민감한 사건 수사가 정치논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을 지휘 감독하고 특정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국회의 검찰 견제는 충분하다”는 논리를 폈다.

또 일부 검사들은 “최근 검찰은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정치권이 검찰총장 국회 출석 등의 방법으로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선 검사가 거물 정치인의 비리를 확인했을 경우 검찰총장을 비롯한 상급자 누구도 부적절한 지시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간부급 검사는 “상부에서 수사 속도나 강도를 마음대로 조정하고 상급자가 ‘덮으라’고 지시하면 거부하기 힘든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경우를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검사는 “민감한 사안이 불거지면 있는 그대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상급자도 ‘원칙대로 하라’는 말밖에 못한다”며 달라진 검찰 분위기를 설명했다.

민주당 정 대표의 수뢰 혐의 단서 포착에서 사전구속영장 청구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은 바로 검찰 내부의 이런 기류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이 성사된다 해도 과거와 같은 정치권의 입김 행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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