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다자회담나서야” vs 北 “美주도 전쟁국면 가담말라”

  • 입력 2003년 7월 11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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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제11차 남북 장관급회담 사흘째인 11일 공동보도문 절충을 위해 밤 11시부터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과 김영성 내각 책임참사가 수석대표 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접촉은 단 21분 만에 끝나는 등 12일 새벽까지 진통을 겪었다.

오전 10시, 오후 3시, 밤 11시 이후 등 3차례 이어진 실무접촉도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날 실무접촉에 남측에선 신언상(申彦祥) 통일부 정책실장과 서영교(徐永敎) 통일부 국장이, 북측에선 최성익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과 김만길 문화성 국장이 참석했다. 실무접촉은 공식 회담장인 신라호텔의 영빈관이 아니라 남북 대표단이 묵은 본관 21, 22층 숙소 옆방에서 철통보안 속에 진행됐다.

실무접촉의 소득은 6차 경제협력추진위, 제12차 장관급회담, 8차 이산가족회담 개최 합의 등 비교적 손쉬운 ‘일정 잡기’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북측이 오후 7시로 예정된 환송만찬이 시작되기 직전 “북측에서 보고받을 것이 있다”며 100분간 자체 회의에 들어가 한때 극적 ‘조기 타결’ 전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공동보도문 절충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북한핵 문제였다.

남측은 북한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확대다자회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회가 다자회담을 선호하고 ‘(중국 등) 회담 참여국가가 나름대로 (북한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동원했다는 것이 신 실장의 설명. 또 미국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중단 위기에 놓인 경수로사업 문제도 북한을 다자회담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남측은 “북핵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안이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측은 핵시설 정밀 폭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미국의 대북 압박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맞섰다. 정 장관과 김 내각 책임참사는 이에 앞서 10일 밤에도 자정을 넘겨가며 3시간 단독 회동을 가졌다. 김 내각 책임참사는 “남측은 미국 주도의 전쟁국면 가속행위에 가담하지 말라”고 민족공조를 되풀이해 요구했다. 정 장관은 다자회담 참여만이 해법이라는 것을 집중 설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이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면서도 진단과 해법에서는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며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북측은 남측이 제2차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한 데 대해 우리측 국방백서의‘북한 주적론’을 문제 삼아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담 관계자는 “북측 대표단이 12일 오전 일반승객과 같은 비행기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떠나는 일정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며 12일 새벽의 극적 타결을 전망하기도 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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