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김운용씨 의혹 조사]"金위원 '유치 도와달라' 한마디 안해"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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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특위 전체회의에서 김학원 특위위원장(자민련·가운데)이 회의 소집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이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의 ‘유치 방해’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김경제기자
9일 열린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특위 전체회의에서 김학원 특위위원장(자민련·가운데)이 회의 소집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이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의 ‘유치 방해’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김경제기자
2010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실패 논란을 규명하기 위해 9일 열린 국회 ‘2010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특위’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대목은 김운용(金雲龍)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IOC 부위원장직 ‘욕심’ 때문에 ‘평창 유치 방해 활동’을 했는지의 여부였다.

이날 출석한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 공노명(孔魯明) 유치위원장, 집행위원장인 김진선(金振신) 강원지사 등 유치위 관계자들은 대체로 ‘김운용 책임론’을 인정했다. 그러나 민주당 특위위원들은 김 위원을 적극 옹호하고 나서 대조를 보였다.

▽부위원장 불출마설 진상=이 장관은 “5월 이후 김 위원이 부위원장에 출마할 것 같다는 여러 정보를 입수, 김 위원에게 문의했으나 김 위원은 ‘출마하지 않는다’면서도 분명한 약속은 하지 않았다”며 “개최지를 결정하는 투표일까지도 김 위원이 부위원장에 출마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져 그 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유치위 구성 후 해외 언론과 IOC 관계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김 위원이 정말로 평창 유치를 위해 잘 도와주느냐’는 말을 들었다”며 “2, 3월경 김 위원의 출마설을 감지하기 시작해 직접 진의를 물어봤으나 그는 ‘출마한다고 한 적이 없다. 예상자로 추측하고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김 위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고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생각하는 거목으로 행동했다면 (유치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평창 유치 방해 활동’(?)=공 위원장이 ‘주공격수’로 나섰다. 그는 “김 위원이 IOC위원들에게 부위원장 출마 때 도움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평창 유치를 도와달라는 말은 한마디도 안했다는 보고가 해외 10여 곳에서 왔는데 설마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공 위원장은 이어 “유치위 관계자들로부터 여러 통로로 김 위원이 ‘평창은 안된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보고를 받았다”고도 말했다.

유치 활동에 참여했던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부위원장이 되려는 욕심으로 평창을 적극 지원 안했다면 괘씸하지만 그 자체로 반국가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엔 안 된다, 다음에 하면 된다’는 식으로 했다면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으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김 위원의 문제를 제기했던 한나라당 김용학(金龍學) 의원은 “작년 평창을 후보지로 결정할 때 김 위원이 ‘평창이든 무주든 되지도 않을 것을 놓고 촌놈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안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 나가서 안 새겠나”고 지적했다.

▽스포츠 인테른지 논란=김 위원의 아들 정훈씨가 대주주로 있다고 알려진 독일의 ‘스포츠 인테른’지도 도마에 올랐다. 이 장관 등은 “인테른지가 투표일 당일까지 평창에 편파적으로 불리한 보도를 했다. 누군가 정보를 주지 않으면 정확히 알 수 없는 내용까지 있었다”며 김 위원과 인테른지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또 김 지사와 공 위원장은 유치위가 인테른지 100부의 1년 구독료로 2만달러를 지불한 것과 관련, “김 위원으로부터 구독 요청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아들이 5, 6년 전 인테른지를 도와준 적은 있지만 지금은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으며 대주주도 아니다”며 “구독해 달라고 말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공노명위원장 "金위원 방해 여러차례 보고받았다"▼

9일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특위에 증인으로 나선 공노명(孔魯明) 유치위원장은 김운용(金雲龍)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가며 김 위원이 “적극적인 유치 방해 행위를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공 위원장은 먼저 “김 위원이 IOC 부위원장을 하겠다는 사욕 때문에 ‘평창은 2014년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데 근거를 들어 달라”는 요청에 “나에게 직접 보고된 사례가 있다. 김 위원이 IOC 위원들에게 부위원장 출마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평창 유치를 도와달라는 말은 한마디도 안했다. 그런 보고가 해외 10여곳에서 왔는데 처음에는 설마했다”고 말했다.

공 위원장은 김 위원의 적극적인 방해 행위에 대한 사례도 거론했다.

그는 “개최지 투표가 끝난 뒤 가진 리셉션에서 한 IOC 위원이 최만립 부위원장에게 ‘안됐다. 김 위원이 평창에 투표하지 말라는 말을 3, 4명의 IOC 위원에게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는 것을 최 부위원장에게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 부위원장은 없는 것을 과장해서 말하지는 않는다”며 보고의 신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 위원장의 증언이 이어지자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은 “공 위원장의 말은 유치위원장의 (개인)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보도는 자제해 달라”며 증언의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김운용씨 반박 "부위원장 출마 평창유치 도움"▼

김운용(金雲龍)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9일 국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특위에 출석, ‘평창 유치 방해 발언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18년 IOC 경험을 내세우며 “IOC를 잘 몰라서 오해가 있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IOC 부위원장 당선을 위해 유치활동을 소극적으로 했다는 주장에 대해 “부위원장 출마는 평창 유치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 부위원장 출마는 IOC 내부의 역학관계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고 말했다.

아벨란제나 헤이베르그 위원 등 IOC내 반대파들이 자신의 IOC 부위원장 출마를 막기 위해 ‘김운용이 출마할 경우 평창 유치에 지장을 받는다’는 식으로 마타도어를 퍼뜨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위원은 또 자신이 체코 프라하 현지에서 득표활동을 벌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다른 사람은 로비 등에서 누굴 만나고 하지만 나는 (IOC 내에서 위치가 있어) 그럴 수 없다. 몇 분을 모시고 나가 저녁을 같이 했다”며 ‘보이지 않은’ 득표 활동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유치 노력을 담은 외국 신문 기사도 인용했다.

그는 “김운용이 아시아, 아랍, 아프리카 지지자들하고 맹렬히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평창이 51표가 나왔는데 김운용이 거의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는 내용의 7월 4일자 스위스 타임지를 읽었다.

또 ‘2001년 IOC 위원장 선거 때 김운용에게 안 갔던 표가 평창으로 갔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도 인용했다.

김 위원은 이날 특위에서 1시간여 동안 의원들과 문답을 계속했다. 그는 답변이 끝나고 취재진이 몰려들자 “왜 나한테만 몰려오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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