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개혁세력' 구상 왜 나왔나]"공무원조직 못믿겠다"

입력 2003-06-17 18:43수정 2009-09-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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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강력하게 제기한 ‘공무원 개혁주체세력’ 구상은 취임 직후에 그 일단이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3월 6일 장관 워크숍에서 “개혁의 선도부대가 되겠다고 하는 공무원들이 자원해서 나서도록 한번 모아 보자. 전 정부적 개혁과제를 수행하는 특별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며 처음으로 공직사회개혁 방법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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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임시국회 국정연설에서는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공무원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낡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공무원은 낙오할 것이다”며 ‘포상과 문책’에 대한 언급도 했다.

이후 정부혁신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해 각 부처에 업무혁신팀을 구성토록 독려하면서 노 대통령의 구상은 실천단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각 부처의 업무혁신팀이 제출한 자체 개혁안에 청와대와 정부혁신위는 크게 실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열렸던 정부혁신위 회의에서는 각 부처의 안에 대해 “대부분의 부처가 조직 축소, 인력 감축 등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거나 대부분의 부처가 토론 과정 없이 조직담당 부서 주관으로 안을 마련해 기존의 부처 의견 고수에 집착하고 있다”고 ‘낙제점’을 줬다.

그러면서 각 부처에 이달 말까지 다시 기능조정안을 제출토록 했다.한마디로 청와대가 요구하고 있는 공직사회 개혁에 대해 각 부처가 몸 사리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개혁주체세력을 재삼 강조하면서 ‘비공식’ 주체세력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병준(金秉準) 정부혁신위원장은 17일 “각 부처의 기능조정안을 평가해 잘한 데는 예산이나 인사에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못한 데는 불이익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관료조직의 타성 때문에 공식 개혁주체로 설정했던 ‘업무혁신팀’이 제구실을 못하자 비공식 개혁주체를 통해 전체 공직사회를 자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노 대통령의 개혁주체세력 구상은 1차적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과거 정부와 달리 임기 초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지 않은 현 정부는 각 부처가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한 뒤 이를 종합해 내년쯤 조직개편안을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각종 국정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보신주의가 강한 공무원조직의 특성상 신속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일선 실무자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비공식 통로를 열어 둔다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비공식 주체세력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혁신위는 “특별한 모델은 없다”고 설명한다. ‘주니어보드’나 ‘지식동아리’, ‘학습동호회’ 등 여러 형태가 가능할 것이고, 이를 정부개혁의 인프라로 삼겠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같은 비공식 조직이 내놓는 제안을 상당 부분 수용해 가면서 공직사회 내 개혁의 주축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구상에 대해 공무원사회는 청와대측이 지나친 불신과 선입견을 갖고 ‘공무원 흔들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또 기반이 취약한 현 정부가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공직사회 내에서 향후 국정운영의 기반과 동력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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