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는 "나가라" 밖에서는 "나와라" 괴로운 민주 신당파

  • 입력 2003년 6월 2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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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당 추진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당무회의에 이어 2일에도 당무위원-의원 연석회의가 열렸으나 신당 논의가 수렴되기는커녕 당 사수파와의 대립만 갈수록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당 사수파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범(汎)개혁단일신당’이 꼭 필요하면, 민주당을 해체하려 하지 말고 나가서 하는 것이 정도다.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는 법이다”(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리모델링을 수용하든지, 아니면 탈당하든지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외곽의 개혁국민정당측은 신당파 의원들에게 “빨리 나오라”고 촉구하고 나서 이들을 한층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개혁당 김원웅(金元雄) 대표는 당원 메시지를 통해 “민주당 안에서의 세 불리기는 의미가 없다. 개혁신당을 만들고 싶으면 그냥 민주당에서 나와 우리와 함께하면 된다”며 “우리는 산뜻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7, 8명의 국회의원만으로도 족하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최근 신당파에 합류한 한 의원은 “몇몇 강경파 의원들은 신당이 안 될 경우 국회의원 안 할 각오까지 하고 있더라. 그냥 신당 추진하다가 그만둘 사람들이 아니다”고 강경파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신당파는 이미 두 차례의 공식 회의를 통해 서로 할 말은 한 만큼, 4일 당무회의에서는 신당추진기구 구성안을 상정해 표 대결을 통해서라도 통과시키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사수파는 이를 실력 저지할 태세인 데다 신당추진기구 구성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당의 해산 합당에 대한 권한을 가진 전당대회를 소집해 무효화시키겠다는 방침이어서 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연석회의에서 양측은 예결위원장에 당 사수파인 이윤수(李允洙) 의원이 내정된 것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신당파인 이해찬(李海瓚) 의원이 “이윤수 의원은 예결위원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하자, 이윤수 의원은 “내가 별로 배운 것은 없지만 정치판 들어온 지 45년이 넘었다. 이순신 장군이 서울대 나와서 장군 됐느냐, 세종대왕이 서울대를 나와서 성군 됐느냐”며 “이해찬 의원 지역구에 예산 배정이 필요하면 얘기하라. 특별히 신경쓰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신당파인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이 의원의 개인 생각이 아니다. 젊은 의원 대부분은 이번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거듭 이의를 제기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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